[지구촌 소식]화순군 구사마을, 고향이 사람을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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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소식]화순군 구사마을, 고향이 사람을 불러냈다.

이장·노인회·부녀회·출향민 한마음… 수구초심이 이룬 제1회 단합대회

11월 29일,자식 낳아 기르고 마을을 지켜낸 어르신들이 자식들의 권유로 마을단합대회 주무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길..."
[지방자치일보] 고요한 농촌마을이 하루 동안 사람과 웃음으로 가득 찼다.

지난 11월 29일, ‘제1회 미곡리 2구 단합대회’는 20여 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에서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펼쳐진 뜻깊은 공동체 축제였다. (구사마을은 미곡리의 옛 지명이라고 한다.)
추진위원장 김재실 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내용과 말투를 보면 대한민국 국회의원인줄 알겠더라!"는~~~.(오른쪽은 기획사령탑 김성용 씨)
"아아~이장입니다." 김영기 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늙은 몸으로 채색옷 입고 부모 앞에서 춤 췄다는 '노래자'가 따로 있나?" 고향을 찾은 자녀들이 어르신들 앞에서 율동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누군가의 제안으로 시작됐겠지만, 준비 과정은 특정 누구의 몫이 아니었다. 마을 노인회장과 이장, 부녀회장을 비롯해 출향민까지 마을 구성원 전원이 한마음으로 나서 행사를 준비했다.

추진위원장이 선임되고, 이장을 중심으로 한 실무진들은 8개월 전부터 쉬지 않고 움직였다. 마을 어귀에 행사 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수시로 식사를 함께 하며 준비 모임을 가졌다. 그리고 모임 결과는 여러 방법으로 공지됐다.

밴드를 통해 소식을 공유하고, 전화와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 고향으로 마음을 불러냈다. “될까?” 했던 우려는 기우였다.

행사 당일, 마을은 이른 시간부터 북적였다. 아니, 행사 수일 전부터 부모님 댁에 내려와 동네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출향민과 가족들이 모여들며 차량은 마을에서 5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주차해야 할 정도였다.
"음식 담당은 우리가!" 마을부녀회원들과 친정을 찾은 아낙들이 짬을 내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어린아이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아우른 얼굴들이 고향의 이름 아래 한자리에 모였다.
차양 아래에서는 정성껏 차려진 음식이 끊임없이 오갔다. 여자들은 오랜만에 마을어른들을 섬기는 것에 흥이 났다.

행사 내내 음식을 나르며 쉴 틈이 없었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먹고 가라”, “이거 더 가져가라”는 말 속에 고향의 인심이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마을회관에서는 시제가 치러졌고, 한편에서는 상견례가, 또 다른 자리에서는 가족별 단체사진 촬영이 이어졌다. 장기와 노래자랑이 흥을 돋웠다. 어릴 때 새침떼기였던 계집애들이 아줌마가 되더니 전국노래자랑에 나온 것마냥 흔들어댔다.

전깃줄에 연이 걸려도 웃음이 터졌고, 투호항아리에 화살이 빗나가도 손뼉을 치며 함께 어울렸다. 풍성한 점심과 선물은 오랜만에 찾은 고향의 정을 더욱 깊게 했다.
"더 높이! 더 멀리!" 모녀가 연날리기를 하며 추억을 쌓고 있다.

한 출향민은 “마을이 작아져도 고향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느낀 하루였다.”고 말했다. 마을 어르신 역시 “이날만큼은 늙었다는 생각도, 외롭다는 생각도 잊었다. 내년에도 또 하자.”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김기준 기자 jebo@jij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