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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보험금의 경우 청구를 해도 자기부담금이나 약관 제한으로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나온다.
“병원에서 진료비를 결제하면, 보험금이 자동으로 지급되는 시스템은 왜 안 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미 병원과 보험사를 전산으로 연결할 기술은 충분히 마련돼 있다. 문제는 구조와 제도에 있다.
첫째, 보험상품과 약관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제각각이다. 같은 ‘입원’이라도 정액형, 실손형, 특정질병 한정 보장 등 지급 조건이 다르다. 병원 결제 정보만으로는 해당 보험이 지급 대상인지 자동 판단하기 어렵다. 보험사마다 심사 기준이 다르니, 자동지급 시스템이 작동하기 힘든 구조다.
둘째, 의료정보에 대한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규제도 큰 장벽이다. 진단명과 치료 내용은 민감정보에 해당한다. 환자의 명확한 동의 없이는 병원에서 보험사로 정보가 자동 전송될 수 없고, 동의가 있더라도 목적·범위·보관기간을 보험상품별로 구분해야 한다. ‘자동 지급’을 위해 의료정보가 상시 공유되는 구조는 현행 법 체계에서 매우 까다롭다.
셋째, 보험사기와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자동 지급이 보편화될 경우 경미한 진료의 반복, 과잉진료 유도, 허위·중복 청구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보험사는 사고율 급증과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위험을 가장 경계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여전히 ‘서류를 떼어 보험사에 제출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다만 변화의 조짐은 있다. 일부 실손보험은 병원과 전산 연계를 통해 영수증과 진료내역을 자동 전송하고, 가입자는 앱에서 동의만 하면 청구가 가능해졌다. 이는 자동 지급으로 가는 중간 단계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일까.
첫째, 실손보험은 ‘서류 없는 간편 청구’를 완전히 정착시켜야 한다. 병원과 보험사 간 표준 전산 연계를 확대하고, 환자는 최소한의 동의 절차만 거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정액형 보험은 구조 자체를 단순화해 ‘진단 확정 시 자동 지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실제 병원비와 무관하게 지급되는 정액 보험은 자동화에 가장 적합하다.
셋째, 소액 보험금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청구 없이 자동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행정비용이 보험금보다 더 드는 비효율을 줄이고, 소비자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는 국가 주도의 보험·의료 공공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마이데이터 기반으로 국민이 한 번의 포괄 동의를 하면, 공통 표준 아래 보험금 지급이 이뤄지는 체계다. 이는 법·제도 개선과 보험업계, 의료계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결국 가야 할 방향이다.
보험은 가입할 때보다 지급받을 때 신뢰가 완성된다.
병원에서 결제하면 며칠 내 보험금이 자동으로 지급되는 사회는 더 이상 공상이나 특혜가 아니다. 복잡한 구조를 단순하게 바꾸려는 정책적 결단과 소비자 중심의 시각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미래다.
김기준 기자 jebo@jijace.com
2026.07.26 (일) 16: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