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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설치 계획은 지리산 산동면 온천관광단지에서 성삼재까지의 약 3.6km 구간을 연결한다. 환경부는 지난 수년간 “국립공원 내 단일 노선만 허용”이라는 원칙 아래 이를 거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국립공원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하며, 전문가와 지자체,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전문위원회 구성을 예고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변화가 아니다. 국립공원의 가치와 지방의 미래를 놓고 우리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가를 묻는 사회적 질문이다.
▲생존을 외치는 구례
구례는 소멸 위험지역이다. 해마다 줄어드는 인구, 고령화, 침체된 상권은 지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지리산은 이 지역의 마지막 자산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자산은 지금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다. 오히려 전국 각지에서 차량을 타고 올라와 일부 구간만을 누비고 돌아가는 관광지에 머문다.
구례군이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이유는 단순한 ‘볼거리’ 확대가 아니다. 관광 동선의 전환,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 도로 감소를 통한 환경적 이득, 그리고 일자리와 인구 유지라는 생존 조건을 케이블카에 걸고 있다.
“차를 줄이고, 공중을 열자”는 이들의 주장은 단순한 토건 논리가 아니다. 그것은 살아남기 위한 창의적 절충안이다.
▲보존을 외치는 환경단체
반면 환경단체들은 “국립공원은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라 말한다. 자연을 한 번 훼손하면 되돌릴 수 없고, 지리산은 그 중에서도 ‘보존의 본보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여러 케이블카 사례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통계, 공사 중 생태계 파괴 사례 등은 이들의 논거를 뒷받침한다.
그들은 말한다. “개발은 한순간이고, 손실은 영원하다.”
이 말은 무겁다. 설득력도 있다. 국립공원은 국가의 자산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공존의 방식은 없을까
양측 모두 옳은 말을 하고 있다. 한쪽은 “살려달라”고 외치고, 다른 한쪽은 “지켜달라”고 절규한다. 구례의 절박함을 ‘개발 논리’라 치부하기에는 무겁고, 환경단체의 원칙을 ‘고집’이라 부르기엔 가볍다.
문제는 이 둘 사이에 공론의 장이 너무 부족했다는 점이다. 단일 노선 원칙, 상향식 정책 설계, 형식적 주민설명회만으로는 해법이 나올 수 없다. 지리산이라는 ‘공공 자산’을 어떻게 나누고 함께 누릴 것인가를 묻는 근본적 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논의에는 구례 주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환경을 위한다면, 지역 소멸도 환경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 지역을 살리려 한다면,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방식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 케이블카가 그 해법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 답은 ‘서로 말하지 않는 자리’에서는 결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역과 생존 사이,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성역을 절대시하며 현실을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생존의 현실 앞에 성역의 룰을 유연하게 조정할 것인가.
환경을 보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을 존중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가 살아 있는 것이다. 지리산이 진짜로 보호받으려면, 지리산 자락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지속 가능해야 한다.
우리는 지리산을 지키려는 것이지, 지리산을 감옥처럼 봉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논쟁이 그 단단한 진실로부터 다시 시작되길 바란다.
김기준 기자 jebo@jijace.com
2026.07.30 (목) 03: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