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광에서 영광을 보다 김철성(전남도립대학교 직원)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 |
| 2017년 06월 21일(수) 2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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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바닷가를 다녀왔다. 특별한 스케줄이 있어서가 아니고 가족들과의 일상적인 휴일 나들이다. 법성포를 경유해 백수해안도로를 둘러보면서 수기(水氣)를 만끽했다. 현대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일종의 화기(火氣)다. 화기는 물이여야만 다스릴 수 있다. 그러나 영광에서 영광이나 법성이라는 지명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성급하게 결론짓자면 ‘영광에서 영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영광의 한자를 직역하면 신령스러운 빛이다. 법성 역시 위대한 성인이라는 말이다.
영광과 법성이라는 지명은 종교와 인연이 깊다. 실제로 영광은 불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4대종교의 성지다. 불교는 법성포로 인도승 마라난타가 불법을 가져왔대서 백제 불교 최초도래지라는 문패가 붙었다. 원불교는 교주인 소태산 박중빈(1891~1943)이 영광에서 태어나 원불교의 발상지가 됐다. 천주교는 영광성당이 천주교 운동의 발상지이자 신유와 병인박해 때 순교자가 나왔고 염산교회 역시 기독교의 순교지다.
법성포는 구수산, 대덕산, 인의산이라는 세 개의 산으로 둘러 처진 포구다. 포구에서 바다쪽의 왼쪽 언저리는 크고 작은 봉우리가 아홉 개가 있어서 구수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중 포구 끝의 볼록한 작은 산이 구유처럼 생겨서 이곳 주민들은 구시미 또는 구수미라고 부른다. 이 구수산이 원불교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법성포 옆 길룡리가 소태산 박중빈이 태어난 곳이다. 소태산은 일제강점기 때 와탄천의 갯벌을 막아 정관평을 조성해 경제자립운동을 꾀했다. 1918~1919년에 걸쳐 가래와 삽만으로 3만여 평의 바다를 막아 당시 송곳 꽂을 땅도 없던 농민들에게 농사지을 땅을 마련해 준 것이다.
마라난타 역시 불갑사 창건기에 나타나듯 아미타불을 모셔왔다. 아미타 신앙은 신라 때 원효가 진심으로 나무아미타불만 외면 서방정토로 갈 수 있다던 기득권층이 아닌 일반 대중들을 위한 신앙이다. 복잡한 교리를 배울 여력도, 불전에 바칠 돈도 없고, 먹고살기 위해서는 살생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일반 백성들에게도 극락왕생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 것이다. 영광에 깃든 종교들은 고린도 전서 13장의 “자기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라는 말처럼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이 아닌 다수 민중을 위한 의로운 신앙으로 작용했다.
법성포 곳곳에 이낙연 총리 취임 축하의 펼침막이 걸려있다. 총리의 고향이 영광인 것이다. 공교롭게도 새 정부는 탈원전을 지향하는데 영광에는 원전이 있다. 지난해 끝자락에 봤던 영화 ‘판도라’ 때문일까 영광에서 부담스러웠던 거 하나가 바로 원전이다.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및 노후 원전 폐로를 통한 40년 후 원전 제로 국가 건설이 새 정부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백수해안도로가 끝날 무렵 개펄에는 수 십 기의 풍차가 위풍당당하게 돌아가고 있다. 풍력발전소다. 바로 이거였다. 영광에서 영광을 다시 보게 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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