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 논의 더는 미룰 수 없다

김경은(변호사,김경은 법률사무소)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
2017년 06월 19일(월) 22:00


촛불 혁명으로 촉발된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섰다. 지난 대선은 정권교체가 핵심 이슈였다. 그러다 보니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법 개정은 손도 대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한 열망과 기대로 출발한 문재인 정부는 제도 개혁차원에서 선거법 관련 문제를 국민적 합의로 개정해야 한다.
먼저 대선 전부터 논의되었던 선거권 연령 기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 18세에게 병역, 납세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OECD국가 34개국 중 유일하게 선거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만 18세 선거권 부여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아직 고3은 정치적 판단 능력이 미숙하다고 한다. 부모의 영향을 받기 쉽고 고3 교실을 정치판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투표권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본권리이며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는 데 필요한 권리이다. 중앙선관위에서도 선거법 개정 공청회 당시 18세 청소년은 정치·사회적 민주화 및 교육수준 향상 등의 영향으로 독자적 신념에 따라 선거권을 행사할 소양을 갖추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추자는 정치관계법 개정안 제출한 상태다. 따라서 정치권도 대선 기간 동안 논의되지 못했던 선거권 연령 개정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때다.
선거 연령 조정과 함께 연동형 비례 대표제도 논의를 서둘렀으면 한다.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독일식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한 바 있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눈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후보에게 1표, 정당에게 1표를 던지는 ‘1인 2표’ 투표방식을 취하고 전체 의석은 정당투표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투표 방식은 그대로 두고 지역 대표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국회 구성은 정당투표에 의해 좌우된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방식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권역별로 제안한 것인데 이를 권역별로 할 것인지 전국단위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비례대표 의원 숫자가 충분하다면 권역별로 할 수 있지만 전국단위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에 따라 쟁점을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전환하면 국회의석은 오히려 늘릴 필요가 있다. 다만 이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부분이 있으므로 국회 전체 예산은 늘리지 않으면서 예산범위 내에서 의석을 늘릴 필요성이 제기 된다. 특권은 없애고 의석은 늘리는 접근법을 선택해 국민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연동형 비례 대표를 통해 정당의 지지율에 따라 의석수가 배분되기 때문에 정당들이 개혁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음 총선에서 정당의 의정활동과 정책이 국민의 투표로 바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협치와 합의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결선투표제의 도입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결선 투표제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은 결선투표제 도입이 헌법 개정 사항이라는 점을 든다. 다시 말해 동점자가 발생하면 국회에서 투표로 최종 당선인을 결정하도록 한 헌법 제67조 2항을 고치지 않고서는 결선투표제 도입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헌법 조항은 대통령 선거에서 예외적으로 동점자가 나왔을 때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을 명시해 놓은 것이다. 헌법은 결선투표를 금지한다고 명시해 놓지 않고 있다. 헌법 제67조 5항은 대통령선거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즉 현재 단순다수 방식으로 대통령을 선출 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의 규정에 의한 것이다.
국민적 합의를 거쳐 결선 투표제로 선거법이 개정 되면 결선투표제에선 2차 투표가 있으므로 유권자들은 1차 투표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 결선 투표제 도입은 소수정당후보도 그들만의 이념 및 정책기조상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소신 있는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점이 있다. 과반 득표가 가능한 대정당들은 소정당들의 정책 수용 요구에 반응하게 되고 협치 및 합의제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결선 투표제 논의는 미룰 일이 아니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잠시 논의하다 흐지부지 됐던 선거법 개정을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 할 때가 왔다. 다음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논의에 다시 파묻혀 선거법 개정 논의를 실기 한다면 국민적 여망을 저버리는 것으로 정치권은 비난 받게 될 것이다. 선거법 개정은 정권교체의 열망만큼이나 뜨거운 이슈다. 왜 우리 18세는 선거권이 없어도 되는지, 정당지지율과 의석수 불균형이 심각한지, 합의제 민주주의를 위한 결선투표제 도입을 하면 안되는 지를 정치권은 하루 바삐 대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정치의 고질적 정치 허무주의는 깊어질 뿐임을 경고 하고 싶다. 선거법 개정 논의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우리 정치의 뜨거운 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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