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임종영(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 |
| 2017년 05월 09일(화) 2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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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온통 하얀 벚꽃, 노랑 개나리, 붉은 철쭉으로 물들여져 눈부시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계절이다. 어디 이 뿐이겠는가. 산과 들로 고개를 돌리면 파릇파릇한 초록색의 넘치는 생명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계절의 눈부신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의 마음을 짓누르는 깊은 슬픔과 분노가 있다. 그리고 여전히 잊지 않고 기억해야할 아픔이 있다.
2014년 4월 16일.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을 포함 300명이 넘는 승객들이 온 국민이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는 가운데 물속으로 수장되었다. 단순히 하나의 대형 여객선이 침몰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침몰한 참사였다. 세월호 참사는 치유되지 않는, 아니 시간이 지난다 해도 결코 치유할 수 없는 온 국민의 슬픔과 아픔으로 남아있다.
세월호 참사의 슬픔과 아픔을 담은 전시회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5월 11일까지 열리고 있다. 세월호 3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전시가 바로 그것이다. 미술관이 위치한 중외공원의 봄을 만끽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공원을 찾는 이유도 있겠지만, ‘세월오월’ 전시를 보기 위해 학생들과 가족단위로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3월 28일 전시 개막 이후 하루 1000명의 관람객이 넘게 방문한 날도 많다.
홍성담 작가는 물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가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 전남 신안이며, 1989년에는 대하 걸개그림 ‘민족해방운동사’ 슬라이드를 북한으로 보냈다하여 안기부에 끌려가 약 20일 동안 물고문을 당했다. 또한 안산 단원고 인근 그의 작업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 여학생이 수학 여행길에 세월호 참사로 인해참변을 당한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홍성담 작가는 1980년 5월 항쟁 이래로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그림들을 줄곧 그려왔다. 그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어마어마한 국가폭력에 의해서 물속에서 아이들과 승객들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3일간에 걸친 물고문으로 죽어간 대 학살극”이라고 규정했다.
전시되고 있는 세월호 관련 홍성담 작가의 작품들은 크게 두 가지의 특징이 있다. 하나는 참사 당시 눈으로 볼 수 없었던 물속의 상황들을 그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가족, 혹은 살아있는 자들의 시각이 아닌 희생된 아이들의 시각에서 그렸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들은 죽음을 맞이하는 아이들이 우리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혹은, 아이들의 영혼은 지금 어디를 서성이고 있는지 등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림이 실재만큼 슬프고 고통스런 상황들을 그대로 보여줄 수는 없지만, 작품을 마주하는 관람객들은 조금은 희석되고 일상으로부터 멀어져가는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리고 미술관 도슨트의 작품 설명을 들으며 눈물을 보이는 관람객들도 자주 목격하게 된다.
홍성담 ‘세월오월’ 전시는 3월 28일부터 시민들에게 공개되었지만, 3월31일 오후 5시에 개막행사를 개최하였다. 놀랍게도 3월 31일 오후 5시 전시 개막행사를 개최하기 전인 3월 31일 새벽 3시에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하였으며, 오후 1시경에는 3년 동안이나 물속에 있었던 세월호가 인양되어 목포 신항에 도착하였다.
결과적으로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뭍으로 올리기까지 무려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으며, 2014년 전시되지 못한 걸개그림 ‘세월오월’을 미술관에 전시하기까지 또 비슷한 시간이 걸려야 했다.
민주주의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라는 말이 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아이들을 비롯해 304명의 죽음이 유신 독재로 회귀하려던 대한민국 호를 민주주의 길로 다시 되돌려 놓은 것은 아닌지, 그리고 4월의 아름다운 꽃처럼 민주주의를 활짝 꽃 피우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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