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다시, 민주주의입니다 송경애(새별초등학교 교감)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 |
| 2017년 03월 28일(화) 2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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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맹골수도 해역에 가라앉은 지 1075일 만입니다. 왜 그렇게 많은 날들이 흘러야만 했을까요. 22일 시험인양 후 단 3일 만인 25일, 세월호는 수면 위로 부상했습니다. ‘진즉 이렇게 인양했으면 되었을 것을….’ 그런 마음이 왜 아니 들겠습니까. 여기저기 찢기고 녹슨 채 참혹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세월호를 보며 할 말을 잃습니다. ‘말’로 담아내기엔 어림도 없는 복잡한 감정들의 무게 때문이겠지요.
“세월호 침몰사건은 모든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고통을 안겨 준 참사라는 점에서 어떠한 말로도 희생자들을 위로하기에는 부족할 것입니다. …그러나…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 없으나,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입니다.”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헌재 결정문 중 세월호 관련 일부분입니다. ‘법’이라는 게 가끔은 얼마나 허망하던지요. ‘세월호 사건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 성실의무’는 탄핵 소추사유가 되지 못했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그가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아직도 명쾌하게 밝혀진 바 없는데도 말이지요.
어쨌든 그는 세월호가 아닌 다른 사유들로 대한민국 첫 탄핵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지난 21일에는 검찰 조사를 받았고, 27일엔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습니다. ‘民’을 귀히 여기지 않고, ‘民意’를 깨닫지 못하는 싸늘한 ‘公主媽媽’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었을까요. 한 때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그리 되어서가 아니라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있게 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뼈아픕니다. 무척 고통스러운 일입니다만 사필귀정입니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다시, 민주주의입니다. 시민 촛불혁명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로잡았습니다. 민주주의는 이제 더 이상 정치체제를 논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그럴 듯한 정치적 수사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구체성을 통해 형성됩니다. 그것은 곧 삶을 대하는 철학이자 태도의 문제입니다.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는 나라, 만들어야 합니다. 촛불혁명의 의미를 우리의 생활공간, 일상으로 끌어와야 합니다. 냉철하게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일입니다.
우리 생활에 뿌리 내린 ‘작은 독재’를 미시 파시즘이라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과 선택권을 무시한 채 동일한 규율, 문화, 가치관에 구성원 모두를 묶어버리려는 문화를 말합니다. 유시민 작가의 진단에 따르면, 미시 파시즘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학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의 교장의 전횡, 학생들에게 휘두르는 담임교사들의 독재적 전횡 등이 그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우리 아이들의 삶과 미래가 걸려 있는 문제입니다. 학교 안 민주주의는 안녕한지 자기 고백이 필요한 때입니다. 교실 속 민주주의는 살아 있는지 진솔한 자기 성찰이 필요한 때입니다.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학교 안에서, 교실 안에서 우리는 얼마나 ‘민주주의자’로 동료들과 만나고, 아이들과 만나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프란시스 무어 라페는 ‘살아있는 민주주의’에서 ‘공정함, 포용, 상호책임성 같은 민주적 가치들이 우리 공적 삶의 모든 지평에 스며드는 삶의 방식’이 바로 민주주의라고 했습니다. 민주주의는 곧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키는 힘이고, 우리가 생활을 바꾸려 결심할 때에만 그 힘을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의 변화를 경험하지 않고서 어떻게 ‘세계’가 변화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모로 드러누운 세월호 앞에서 라페의 질문을 새기고 싶은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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