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삶디센터의 이색 호칭 ‘눈길’ 일꾼은 ‘벼리’ 청소년은 ‘노리’ 어른은 ‘고리’ 강용운 yongpresser@jijace.com |
| 2017년 02월 27일(월) 2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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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고 싶은 이름’ 인간관계 등 긍정효과”
“네, 아봉입니다. 무슨 일을 도와 드릴까요?”광주 청소년삶디자인센터(이하 삶디)의 협력기획팀을 책임지고 있는 임아영씨는 걸려오는 전화에 늘 이렇게 응대한다. ‘협력기획팀장’ 대신 부르기 쉬운 별명을 공식 호칭으로 쓴다. 명함에도 굵은 글씨체로 ‘아봉’이 새겨져 있다.
별명을 아호처럼 사용하는 직원은 임씨뿐만 아니다.
박형주 센터장은 내일(來日)의 순우리말인 ‘올제’, 이운기 부센터장은 ‘판세’다. 청소년들과 수십년을 보내고, 조금 더 새로운 판을 짜고 싶어 지은 별명이라고 한다.
센터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주세은 운영팀장은 ‘세주’, 삶디를 굴러가게 하는 구세주라는 의미다. 윤형호 기획팀장은 인도 영화 ‘세 얼간이’에서 주인공 ‘란초’역을 맡은 아미르칸의 시선을 닮고 싶어 ‘아밀’이라는 애칭을 쓴다.
기획팀원인 정린씨는 평소 필라테스를 좋하한 데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삶디스럽다고 하여 ‘필라’ ‘웃음필라’ ‘꽃필라’로 불리고, 협력팀원인 한선미씨는 손 재주와 보는 감각이 뛰어나고 꼼지락거리길 좋아해서 ‘꼼’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그 외에도 ‘마빈’, ‘보쳉’, ‘길드’ 등 어릴 적 친구들이 붙여주거나 이름에서 따온 별명, 생김새로 지은 애칭 등이 다양하다.
실명 대신 별명이나 애칭을 쓰는 것은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 도입되기도 했지만 공공시설에서 전체 직원에게 적용된 것은 이례적이다.
삶디에서는 또 주요 일꾼(스태프)은 ‘벼리’로 부른다. 일이나 글의 뼈대나 줄거리라는 의미에서다. 또 청소년은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누렸으면 하는 바람에 ‘노리’로, 다양한 세상을 이어주는 어른은 ‘고리’로 불린다.
삶디 벼리 아봉씨는 27일 “처음엔 어색하고 조금 웃기기도 했는데 높낮이가 있는 직위와 주구장창 불렸던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지 않고 내가 ‘불리고 싶은’ 이름을 쓸 수 있어서 사람과의 관계와 일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삶디는 국비 87억원 등 총 133억원을 들여 광주 동구 충장로 옛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11월 연면적 4581㎡ 지하 1층 지상 6층으로 개관했다. 이름 그대로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주는 공간이다. 저성장 고실업 시대 진로직업교육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청소년 전문가들의 의견도 넉넉히 반영됐다.
삶디는 광주시가 지원하고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과 광주YMCA가 운영하며 1999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서울 하자센터가 협업 파트너다.
강용운 yongpresser@jijac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