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졸업식 의 나비 효과

정만호 송학초등학교 교사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
2017년 02월 09일(목) 00:00



‘1월 졸업식’의 나비 효과 정만호 송학초등학교 교사 “선생님, 교과서 진도 다 끝났는데 오늘은 뭐해요?”“응? 글쎄. 뭘 하면 좋을까? 할 것이 없네.”“그럼, 밖에서 놀아요. 아니면 강당에서 체육해요.”“그래도 학교에 왔는데 무작정 놀면 되겠니? 책 좀 읽을까?”“책이요? 아, 싫어요.”
2월 졸업식 전까지 대한민국 초·중·고 교실의 흔한 풍경이다. 교육과정은 겨울방학 전까지 대부분 마무리되기 때문에 2월에 개학해서는 그야말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2월에 열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졸업식. 그 고정관념을 깰 때가 되었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주변 학교의 방학, 졸업식 날짜는 물론이고 심지어 시험 기간도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교육의 큰 틀만 제시할 뿐, 실제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법정 수업일수인 190일 이상만 채우면 학사일정은 학교구성원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다양하게 편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학교마다 방학 시작일, 기간도 다르고, 징검다리 연휴에는 재량 휴업일을 지정하여 학사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그러나 언론에서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2월의 학사일정을 지적하고 있고, 학생과 교사의 만족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교에서 의미 없이 보내는 2월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1월에 2학기 교육과정을 마무리하고 졸업식까지 하게 되면 좋은 점이 많다.
일단 이미 1월 졸업식을 경험한 학생, 학부모, 교사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1월에 졸업식을 연 공항중학교는 지난 2014년 학교 공사 때문에 2월에 수업을 할 수 없어 1월에 졸업식을 하게 되었다. 우연히 시작한 1월 졸업식인데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90%에 달했고, 공항중의 1월 졸업식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다른 학교로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학사일정의 취약시기인 2월이 신학기 준비 시기로 탈바꿈할 수 있다. 학교에서 ‘시간 때우기식’으로 운영되는 2월 학사일정이 사라지면서 학생들 입장에서는 제법 긴 겨울방학 동안 장기간 체험활동을 하거나 진학 준비에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게 된다. 또한, 학교와 교사들도 교육과정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고, 2월 한 달은 그야말로 신학기 준비에 매진하여 더 충실하게 새 학년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경기도와 강원도에서는 상당수의 학교가 ‘1월 졸업식’을 실시하고 있고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는 아예 2018학년도부터 모든 학교가 1월에 졸업식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졸업식을 2월에서 1월로 옮긴다고 해서 2월이 자동으로 신학기 준비기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학교 현장에 맞게 교육부와 교육청의 행정적인 뒷받침도 있어야 한다. 일단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상급학교 배정을 현재 2월에서 1월로 당길 필요가 있다.
또한, 방학 기간에 집중된 교원 연수 프로그램도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3월 1일자 교원인사 발표를 2월 초로 앞당겨 2월은 새 학교, 새 학급을 차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최근 교육부에서도 매년 3월 1일에 이루어졌던 교원 인사발령을 2월 1일자로 앞당겨 ‘2월은 새 학기 계획과 준비 기간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하니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뭐든 해보지 않은 일은 돌발상황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관건은 이러한 삐걱거림을 예상하여 최대한 줄이고, 기대했던 장점을 더 살리는 것이다. 1월에 졸업식까지 마치면 현재 학사일정으로는 여름방학은 25일 정도지만, 겨울방학은 무려 50일 가까이 늘어나는 기형적인 형태가 된다.
특히 기후변화로 갈수록 여름은 더 더워지고 길어지며 겨울은 포근해지는데, 방학은 겨울이 두 배 가까이 길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궁극적으로는 법정 수업일수를 바꿔야 하지만, 당장은 현재 8월 25일 전후로 2학기 개학을 하라는 교육청의 권고사항을 없애고,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을 조정하여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제법 긴 겨울방학으로 인하여 가정에서 보육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방과후학교와 돌봄 교실을 방학 중에도 운영하고 수시로 가정과 연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비효과.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작은 움직임 하나가 결과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졸업식을 한 달 앞당기는 작은 시도가 ‘여름·겨울 방학의 균형’, ‘2월=새 학기 준비 기간’이라는 제법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때 나타난다.
2017학년도는 관행적으로 되풀이 되었던 구습들에 대한 도전이 교육계에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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