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 칼럼] 주민참여의 보장
이종택논설위원 montesquieu@hanmail.net
2018년 10월 26일(금) 16:29


지난 9월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제39차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자치분권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추진과제는 6대전략 33개 세부과제로 구성되어있다. 자치분권의 새로운 이정표로서 중앙과 지방이 동반적 관계로 전환되고, 자치분권의 최종 지향점이 주민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계획에 그치는 계획이 아니라 실제로 실현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자치권이 확대되고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재정분권등 자치분권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자치분권 칼럼은「자치분권종합계획」6대전략 33개 세부과제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어떠한 준비가 필요한지 논의해 보고자 한다.

「자치분권종합계획」의 세부과제 중 첫번째 과제는 주민참여권의 보장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①지방자치법의 목적규정에 ‘주민자치’ 원리를 강화하고 ②자치단체의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주민의 참여권리를 신설하고 ③ 주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정보공개 종합규정을 마련하고 ④주민이 참여하는 지역별 자치분권협의회를 구성, 운영하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첫번째 과제는 지방자치의 민주성원리인 주민참여를 통해 대의민주제에 기대했던 성과를 보완하고 주민참여과정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민선자치 부활이후 20여년의 지방자치실험에도 불구하고, 후진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의 지방자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의 민주성 원리인 주민자치에 대한 재해석과 실천방안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민참여의 목적과 내용은 지극히 복잡하다. 정책결정과 집행재량에 영향을 미치고 행정의 일탈행동을 감시하는 목적뿐만 아니라 행정을 지지․지원하는 목적도 추구할 수 있다. 주민참여의 목적과 내용이 복잡한 것처럼 주민참여의 형태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이점과 관련하여 Sherry R. Arnstein은 “A Ladder of Citizen Participation”에서 참여의 8 단계론을 소개한다. 참여의 실질적 의미 내지는 영향력 정도를 기준으로 계도에서 시민통제에 이르기까지 8가지 형태의 참여를 주민참여의 8단계로 정리하고 있다.

먼저, 가장 낮은 단계는 계도단계이다. 이 단계는 사실상 참여라 말하기가 어렵다. 주민이 자치단체의 활동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은 상태에서 공공부문이 주도적으로 주민을 접촉하는 단계이다.
아래에서의 두번째 단계는 교정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참여라는 이름아래 주민들의 태도와 행태등을 교정해나가는 일이 벌어진다. 특히 참여에 소극적이고 패배주의에 젖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앞의 두 단계는 참여라 볼 수 없는 비참여의 단계이다.
낮은 수준에서의 세번째 참여 단계는 정보제공단계에서부터 시작한다. 정보제공과 그 위 두 단계를 합쳐 형식적 참여로 묶을 수 있다. 먼저 정보제공은 지역주민에게 정보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단계이다. 주민이 이를 받아 다시 반응하는 양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나 협상 등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정보만 전달하는 정보제공에 비해 그 다음의 의견수렴단계에서는 정부가 주민의 의견을 듣는데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공청회를 열고 설문지를 돌리는 등의 행위가 일어난다. 그러나 이 단계에 있어서는 의견은 의견으로 끝이 난다. 의견조회 또는 수렴의 목적은 애초부터 의견을 물어보는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형식적 참여의 제일 위의 단계는 유화단계이다. 제대로 된 참여가 일어나는 것 같지만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단계이다. 이렇게 정부는 주민참여를 가능한 한 낮은 수준에서 길들이려 해왔다. 정부는 주민참여의 시작과 끝이 있고, 그것이 표준화되기를 원해 왔으며 더 나아가 주민의 지지를 동원하는 방편으로 주민참여를 활용하기도 했다.

실질적 참여가 일어나는 제일 위의 세단계로 동반자관계, 권한위임단계, 주민통제단계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동반자 관계는 정부와 주민사이에 결정권의 소재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이루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결정을 공동으로 하기 위한 새로운 합의가 이루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결정을 위한 공동위원회 등의 제도적인 틀이 마련되는 단계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적인 틀과 결정권의 공유구조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단계이다.
권한위임단계는 이러한 동반자 관계를 넘어 주민이 오히려 결정을 주도하는 단계이다. 끝으로 주민참여의 가장 높은 단계인 주민통제단계는 말 그대로 주민이 정부의 진정한 주인으로 모든 결정을 주도하는 단계이다. Arnstein은 이러한 단계는 대체로 수사(rhetoric)로 존재하는 것이지 실제의 예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정리한다.

촛불시민혁명에서도 나타났듯이 이제는 주민이 단순히 정책의 소비자나 정치의 객체가 아니라 정책의 생산자이자 정치의 주체로 등장하였다. 주민들이 자신의 삶의 터전에 대한 계획을 직접 세우고 예산 결정에 참여하며, 숙의(熟議)와 토론을 통해 우리 동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시대적인 요청이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주민참여를 본질로 하고 있다. 무늬만 주민참여가 아닌 주민이 주도하고 결정하는 단계, 주민이 주인인 실질적 주민참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종택논설위원 montesquie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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