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리는 정청래 당대표를 기다렸다”…취소된 호남행, 커지는 민심의 파고

‘호남의 분노’와 ‘경선 불신’에 기름부은 결정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
2026년 04월 25일(토) 11:43
김기준 기자/본보 편집인 겸 총괄본부장
[지방자치일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의 전남 방문 일정이 하루 전 전격 취소됐다. 25일로 예정됐던 함평·목포·해남 일정이 돌연 사라지자, 지역 시민단체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주권사수광주전남민주시민연대(상임대표 김범태)는 24일 오후 긴급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정청래 당대표를 기다렸다”는 제목으로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 단체는 “부당하고 불공정한 전남광주특별시장 후보 결선 투표 과정을 정 대표에게 직접 알리고 싶었다”며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최근 화순군, 무안군, 신안군 등 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군수후보 경선 과정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다. 후보 검증, 공천 과정, 관권개입 의혹, 선관위의 무대응과 경찰 고발 등 논란이 반복되는데도 중앙당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서 지역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김범태 대표는 “당대표라는 사람이 방문 하루 전에 일정을 전격 취소한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며 “무엇이 두려웠는가, 우리의 대대적인 환영 행사가 그렇게 두려웠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유독 호남에서 불공정 경선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고 원성이 높아지는 이유를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호남은 오랫동안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단순한 지지의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지역의 민심은 여전히 민주당을 향하지만, 동시에 민주당을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는 곳도 호남이다.

화순·무안·신안 등 기초단체장 선거 과정에서 반복되는 잡음 역시 “중앙당이 지역을 가볍게 보고 있다”는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시민연대는 오는 26일 오후 3시 광주 5·18기념공원 대동광장에서 ‘정청래 당대표의 호남 방문 촉구를 위한 시민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안병하 전 치안감 평전 제목인 “경찰은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없다”는 문구를 인용하며, “정청래 대표와 민주당이 불공정 경선으로 호남정치에 총을 겨누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치는 ‘만남’으로 완성된다. 특히 당대표의 지역 방문은 단순한 일정이 아니라 갈등을 듣고 민심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그 만남이 취소됐다. 그리고 그 취소는 오히려 더 큰 목소리를 불러왔다.

정 대표가 부담을 느꼈다면, 그 부담은 환영이 아니라 질문이었을 것이다. 불공정 논란, 절차적 오류, 공정성 요구, 그리고 화순·무안·신안 등 전남 곳곳에서 이어지는 군수후보 경선 잡음까지….

이 질문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민주당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호남 민심은 쉽게 잠잠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호남은 여태껏 민주당의 든든한 지지기반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먼저 등을 돌릴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지금 호남의 분위기는 민주당이 아닌 다른 정당이나 개인 중 민주적 역량을 갖춘 능력있는 후보만 나타나면 언제든 그 후보를 선택할 태세다.

민주당이 이 사실을 잊는 순간, 호남은 더 이상 ‘영원한 텃밭’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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