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광주·전남 행정통합, 이제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신뢰다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함께 가느냐"가 행정통합의 성패 좌우

김기준 기자 jebo@jijace.com
2026년 01월 19일(월) 07:18
김기준 기자
[지방자치일보]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분명한 실행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 이어진 일련의 공식 일정은 추진 의지가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

지난 13일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시청 비즈니스룸에서 5개 자치구 구청장과 간담회를 갖고 행정통합 추진 방향을 공유했다. 이어 16일 오전에는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전남도청 왕인실에서 전남시장군수협의회 소속 22개 시·군 단체장과 간담회를 열어 전남 전 지역의 의견을 청취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추진협의회 범시민 발대식이 열렸고,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도지사를 비롯해 시민단체, 학계, 소상공인, 청년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13일, 강기정 광주시장과 광주구청장협의회(회장 임택 동구청장)가 간담회를 갖고 행정통합 추진 방향을 공유했다. (사진=김기준 기자)
16일 오전,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전남시장군수협의회(회장 김성 장흥군수)가 간담회를 갖고 행정통합 공동선언을 하고 있다.(사진=김기준 기자)
16일 오후,김영록 전남도지사,강기정 광주시장,김대중 전남교육감,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이 500여 내빈들과 행정통합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김기준 기자)

광주 내부 정비, 전남 전 지역 단체장 의견 수렴, 그리고 범시민 공론화로 이어진 이 흐름은 그동안 제기돼 온 ‘하향식 통합’ 논란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행정 수장 중심의 결정보다 더 넓은 공감대를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만으로 절차적 논란이 모두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남도의회와 지역사회가 제기하는 신중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22개 시·군으로 구성된 전남의 지역적 다양성과 농어촌 현실, 통합 이후 행정·재정의 쏠림 가능성, 동부권과 농촌 지역의 상대적 소외 우려는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투표 등 직접 참여 방식에 대한 요구 역시 통합 자체보다는 결정 과정의 정당성을 묻는 질문에 가깝다.

행정통합은 속도로 완성되는 정책이 아니다. 주민이 충분히 이해하고 참여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최근의 연쇄 간담회와 발대식은 통합을 향한 문을 연 첫 장면일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문을 열었다는 선언이 아니라, 통합 이후의 모습과 책임 구조를 끝까지 설명하고 공유하는 일이다.

속도는 행정이 만들 수 있지만, 신뢰는 주민이 만든다.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성패는 이제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함께 가느냐에 달려 있다.
김기준 기자 jebo@jija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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