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수첩]두어 달 새 농어촌공사 발주현장 4명 사망…영암 주민 사망사고, “현장 밖이라도 책임 없다 할 수 있나” -전북·경남·경북 사고 잇따라…추락·끼임·전도·차량사고 다양 김기준 기자 jebo@jijace.com |
| 2025년 12월 22일(월) 16:11 |
|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경북 상주에서는, 11월 11일 배수펌프장 설치공사 현장에서 고소작업차(스카이차)를 운행하던 중 인근 작업자가 구조물 사이에 끼여 숨졌다.
전북 군산 금강하굿둑 인근에서는, 10월 15일 전기케이블 보수 작업을 하던 일용직 노동자가 강으로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추락 경위와 안전조치 여부를 두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남 창녕에서는,10월 23일 하천 배수로 공사 현장에서 건설기계가 전도되며 60대 운전자가 사망했다. 지반 상태와 장비 운용, 현장 안전대책이 적절했는지가 조사 대상이다.
이들 사고에 대해 노동당국과 경찰은 각각 수사에 착수했으며,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촌공사의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을 지시했다.
또 하나는 전남 영암군 서호면에서 11월 3일 발생한 사고다. 농어촌공사 영암지사 발주 농업용수로 공사 현장 인근에서, 마을회관 앞 공터에 있던 80대 주민이 콘크리트 납품을 마치고 돌아가던 레미콘 차량에 치어 숨졌다. 사고 지점은 공사 현장에서 약 40m 떨어진 통행로였다.
사고발생장소가 공사장 외부라는 점을 들어 농어촌공사 측은 “중대재해예방법과 무관한 교통사고이며 책임 범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역사회와 전문가들은 “공사 차량의 동선 관리와 주민 통행 통제는 발주처의 기본적 안전관리 영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마을회관 앞이라는 점에서, 차량 유도 인력 배치나 통행 제한, 안전 표지 설치 등 선제적 조치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감한 사안이어서인지 농어촌공사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쟁점은 사고가 공사장 ‘경계선’ 안에서 발생했는지가 아니라, 공사가 위험을 예견하고 예방할 수 있었는지, 또 사고 방지를 위해 충분한 조치를 했는지 여부다. 이번 영암 사망사고 역시 관리·감독 의무 위반 여부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쇄 사고 이후 농어촌공사는 긴급 안전회의와 포럼을 열었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사고 뒤에야 대책을 내놓는 사후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도급·외주 구조 속에서 현장 감독과 안전교육이 느슨해지고, 공사장 인근 주민 안전 관리는 나아진 적이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두어 달 사이 발생한 4건의 사망사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농어촌공사의 안전관리 실행력과 책임 인식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공공기관의 예방 의무는 형식이 아니라 현장의 실질적 조치로 증명돼야 한다. 회의와 매뉴얼을 넘어, 생명을 기준으로 한 구조적 변화 없이는 유사한 사고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김기준 기자 jebo@jijac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