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꿈을 꾸리라-몽탄역에서

박석민(코레일광주본부 영업처장)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
2017년 07월 13일(목) 22:00


호남선 기차가 달리다 목포 못미처 몽탄역에 도착한다. 옛날에는 면소재지로 번성했지만 이제는 간이역으로 무궁화호만 정차한다.
몽탄은 태조 왕건으로부터 유래된 마을이다. 고려를 세우는 과정에서 왕건이 나주를 얻고자 내려와 영산강 인근에서 후백제 견훤과 힘겹게 대치할 때, 꿈(夢)에 백발노인이 ‘지금 강을 건너라 여울(灘)이니라’해 깨어나 보니 정말로 강물이 빠져 있기에 즉시 도하했고 이로써 견훤과 싸워 승리를 얻었다 한다. 사람들은 무언가 간절히 바랄 때 꿈을 꾼다고 한다. 왕건은 나주만 넣으면 천하를 얻는다 생각했기에 자다가도 이런 꿈을 꾸었을 것이다.
훗날 나주 회진에서도 개국의 꿈을 꾼 사람이 있었다. “내가 원나라 사신의 목을 베거나 아니면 체포해 명나라에 보내겠다”며 사신 영접을 거부해 34살에 유배 온 정도전이다.
조선 개국의 설계자 정도전은 유배지였던 천민촌에서 주민들의 순박함과 따뜻한 대접에 감탄하면서 민초를 통해 바른 정치를 실현하고자 마음먹고 혁명을 함께 할 이성계장군을 찾아간다.
미국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I have a dream’을 힘차게 외쳤다. 그는 백인 아이와 흑인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미국을 꿈꾸었는데 46년 만에 흑인 대통령이 나왔다.
‘Boys, Be Ambitious’라는 유명한 말을 한 미국의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도 소년들에게 ‘야망을 가져라!’라고 했다. 이렇듯 꿈은 우리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 대체적으로 어린이나 청년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필자는 ‘몽탄역 철도문화축제’를 보면서 늙은이도 꿈을 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과히 늙으면 기운이 쇠해 의욕을 잃기가 십상인데 이를 떨치고 다시금 꿈꾼다는 것은 놀라운 것이다.
늙은이들이 지나온 삶을 묻히지 않고 세상에 꺼내 놓을 때 이것이 역사로 승화된다. 역사는 반복되며 위대한 역사는 꿈이 될 수 있다. 마치 고구려사를 배울 때 다시금 만주벌판을 말 달리고 싶다는 꿈을 꾸듯이 말이다.
지난해 처음 개최된 ‘철도문화축제’는 이런 의미를 가지고 시작했다.
‘주민생애사’를 책으로 펴내고 흑백사진과 함께 인생스토리를 벽보판에 전시했다. 먹고 살려고 기차로 목포 가서 농산물을 팔고, 말마차로 이곳저곳 다니며 장사하고, 전쟁 때 피난 와서 고생했던 일, 연꽃방죽에서 닭싸움 벌였던 일들이 흑백영화 돌아가듯 재현됐다. 이번 축제를 통해 젊은이들은 잊혀 진 부모님들의 생애를 되새기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꿀 것이다.
앞으로 이 축제가 점차 발전됐으면 한다. 때마침 코레일에서 고향역을 테마가 있는 곳으로 가꾸고 지역과 소통하기 위해 ‘고향역장제’를 시행한다. 즉 고향 출신의 역장을 임명한다는 것이다. 몽탄역이 시범역이 됐고 몽탄중학교를 졸업한 김용문 역장이 부임했다.
이제 고향역장으로 인해 한적한 시골마을이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로 변모됐으면 좋겠다. 고향역장이 주민들과 함께 힘 모아 가꾼다면 분명 몽탄역은 젊은이가 찾아오고 늙은이들이 꿈을 꾸는 마을로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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