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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탱자나무 집의 셋째 딸/ 가시가 빚어낸 틈으로/ 세상을 내다보던 아이/ 콘크리트 벽 대신/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쳤어/ 나무는 제 몸에 가시를 꽂고/ 하얀 꽃을 피워냈지/ 가시 끝에는 별들이 매달려 있었어” (‘가시는 환하다’ 중에서)
시에는 시인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화자가 있다. 화자는 시인일 수도, 말 그대로 시속의 주인공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시속의 화자는 시인을 떠나서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광주 출신 박성희 시인이 첫 시집 ‘풍뎅이 날개로 지구를 돌다’(시산맥)를 발간했다. 시인은 작품 곳곳에서 시 쓰기의 고통과, 가시와 같은 삶의 아픔을 특유의 정제된 언어와 서정적 리듬감으로 형상화한다.
이성혁 문학평론가의 표현대로 박 시인의 시 쓰기는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변환하면서 시의 말을 형성해나가는 작업’이다. ‘영혼의 격렬한 질주 후에 만나게 되는 침묵과 마주하면서, 침묵 너머에 나타나는 소리들을 기록하는 일’이기도 하다. ‘가시는 환하다’에서 보듯 글쓰기는 ‘제 몸에 가시를 꽂고 하연 꽃을 피워내는 일’로 수렴된다.
이밖에 작품집에는 ‘가시꽃’, ‘폭풍의 언덕’, ‘갈릴리 호수’, ‘폭우’, ‘섬’, ‘저물녘 나뭇가지’ 등 60여 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이대흠 시인은 추천사에서 “유독 새순이 많은 박성의 시인의 시숲이, 이 나라의 시숲 중, 가장 자연적인 숲으로 명명될 날이 있을 것”이라며 의미를 평한다.
한편 박 시인은 2008년 ‘불교문예’로 등단했으며 조선대 가정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강용운 yongpresser@jijace.com
2026.10.17 (토) 22: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