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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문화중심도시 2.0 시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다 돼간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축소되고 왜곡되었던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을 이제 바로잡아야 할 시기이다. 특히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 세부계획’(2006.12) 속에 명시되어 있는 ‘신인본도시’(Neo-Humanic City) 구현의 문제는 심히 왜곡되어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도시가 인본주의를 지향하는 모든 표현의 집합체라고 할 때, 조성사업의 첫 번째 기본원리인 ‘신인본도시’의 개념은 조성사업의 핵심 개념이다. 이 개념은 ‘아시아’와 ‘교류’ 등의 키워드와 함께 조성사업의 기본가치이자 변별성이요 정체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성사업은 현재 이 개념으로부터 멀어지고 말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하에서 사업의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주시는 ‘신인본도시’에 대해 거의 언급 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조성사업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운영, 그리고 콘텐츠의 문제 등과 같은 모든 난맥상은 바로 ‘신인본도시’ 개념의 후퇴와 일부 관련이 있다.
여기서 ‘신인본도시’는 “인간/신, 인간/자연의 이분법을 전제하는 서구 인본주의와 대별되는 개념으로 인간/신, 인간/자연의 구분이 없는 동양사상 속에서 주체적 인간의 가능성을 도출하고 실현하는 도시”를 말한다. 이 개념에 따르자면 광주는 인간의 존재다움을 회복하여 문화의 중심에 서는 ‘주체적 인간’이 넘쳐나는 인간 중심의 도시이다.
‘신인본도시’의 개념에 비추어보자면 문화 인프라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문화예술에 대한 재정·정책적 지원이 풍부한 것만으로 문화도시의 요건을 갖춘 것은 아니다. 많은 문화시설과 문화예술에 대한 충분한 재정·정책적 지원에 도시와 시민의 ‘인문성’이 더해졌을 때, 시민의 주체적 삶이 가능한 문화도시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조성사업은 시민기억의 문화적 재현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조성사업은 도시 곳곳에 켜켜이 쌓여 있는 시민의 기억을 시민 스스로 캐내어 문화예술로 담아내고 도시의 정체성으로 만들어내는 시민기억 회복과 재생의 ‘인문적 사유’의 프로젝트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기억을 스스로 캐내는 의지와 문화예술로 담아내고 도시의 정체성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획력 역시 시민문화 커뮤니티 안에서 시민 스스로 양성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이 도시민의 주체적 삶이 가능한 ‘신인본도시’의 개념과도 부합한다. 시민기억을 문화적으로 재현해 내는 주체가 바로 시민이며 그 바탕에는 자발적 참여가 있어야 한다. 시민의 능동적 참여는 시민문화 커뮤니티의 공감을 바탕으로 확장성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5·18민주평화기념관(옛 민주평화교류원) 사태(총탄 흔적 복원의 문제) 역시 ‘신인본도시’의 틀 안에서 해결해야만 마땅하다. 핵심은 시민 모두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역사적 맥락을 인권과 평화라는 인문적 사유로 풀어내야지 다른 사유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리적 복원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는 ‘탄흔’(彈痕)의 문제만이 아니라 ‘탄심’(彈心)의 문제, 다시 말해서 그 탄흔이 매개하는 광주의 이야기와 역사의 문제를 함께 다루는 인문적 사유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는 ‘탄흔’과 ‘탄심’을 ‘망각’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진실을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망각’을 의미하는 라틴어 ‘oblivio’의 반대말은 ‘진실’을 의미하는 ‘veritas’임을 상기해야 한다. 인문적 사유에 토대를 둔 탄흔과 탄심의 복원은 망각하지 않기 위해서이며 이는 진실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광주의 진실을 지키는 것은 광주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광주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인문적 사유를 통해 모색하고 시민 스스로 기억회복과 상처 치유를 이루어내는 것이 ‘신인본도시’의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이제까지 조성사업이 전당과 같은 물적 가치에 집중하였다면, 지금부터는 사람과 도시의 질적 가치, 특히 공동체적 가치를 구현하는데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도시는 인간의 의미와 가치가 실현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는 도시의 이미지를 보여주기에 급급한 나머지 도시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문화도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권이라는 보편 가치를 예술적 감성과 융합해내는 ‘가치 지향’의 도시이자 인문성의 토대 위에 시민의 주체적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신인본도시’이어야 한다. 조성사업의 첫 번째인 원리인 ‘신인본도시’의 구현을 위한 많은 일들이 문재인 정부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2.0 시대’에 이루어지길 소망해본다.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
2026.10.18 (일) 01: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