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자들이 말하는 ‘80년 5월’ 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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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자들이 말하는 ‘80년 5월’ 그 날

문학평론가 전성욱씨 ‘남은 자들의 말’ 펴내



‘5월 광주’ 소재 소설 분석… 재현과 표현으로 구분
“문학은 먼저 간 자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일은 그 이후 한국 현대사를 바꿀 만큼 큰 사건이었다.
그래서 5월은 기억으로 보존된 과거의 기념비가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남은 자들에게 힘겨운 대답을 요청하는 현재다. 그동안 수없이 5월 광주에 대해 말하려 했고, 증언하려 했던 이유다. 때로는 학술 논문으로, 때로는 소설로 5월 광주를 형상해왔다. 문학뿐만 아니라 만화, 영화 등을 통해 5월 광주를 그린 작품도 많다.
문학평론가 전성욱이 쓴 이 책은 80년 5월을 소재로 한 소설을 분석한 연구서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남은 자들이 어떻게 5월을 기록했는지를 분석한다.
지금까지 5월 광주를 소재로 한 문학 분야의 학술적 논의는 대단히 간소하고 빈약했다. 그러므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5월 광주에 관한 소설 작품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5월 광주와 관련한 연구들은 학술활동이었다기보다는 진보운동의 차원에 기울어 선입견이 크게 작용해왔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이를테면 이제까지 5월 광주를 다룬 작품들은 증언이나 저항, 진실,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정치적인 당위 등과 관련해 분석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작품의 미학적 표현은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5월 광주를 다룬 작품을 ‘재현의 기획’과 ‘표현의 기획’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재현의 기획에서 강조되는 것은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과 민중 수난의 역사로서 사건의 의의를 지나치게 강조한다. 대체로 그것은 희생의 숭고함에 대한 비장한 감수성으로 가해의 난폭함과 희생의 비참함을 폭로한다. 그리고 그 희생은 역사적인 차원에서 영웅화되고 이념적인 차원에서 신화화된다.
반면 표현의 기획은 정치적 견해의 노출보다는 역사의 기억과 그 재현의 가능성을 탐문하면서 언어의 한계에 대한 자의식을 서술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학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실천을 구현하고자 한다.
저자는 임철우의 ‘봄날’을 재현의 기획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꼽는다. 그러면서 작가에게 부과된 죄책감이 과도하게 진실 복원의 강박에만 매달린 나머지 미학적 표현은 고려되지 않은 것을 비판한다.
반면 정찬의 ‘광야’와 ‘슬픔의 노래’는 언어에 대한 예민한 자의식으로 그 진실에 대한 ‘표현’의 열망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남은 자들은 결코 그 사건에 가닿을 수 없으며, 그래서 죽은 자들에 공감하거나 그들을 대신해 증언할 수 있다는 마음은 허황된 의욕일 뿐이라고 말한다. 또 5월의 진실은 쉽게 해명될 수 없고, 고통은 완전히 제거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문학으로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욕은 “가당찮은 오만”이라고도 말한다. 그럼에도 남아 있는 자들은 문학으로써 그 허황된 의욕을 무릅쓰고서라도 기록을 해야 하고, 기록을 하려고 들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진다. 5월 이후 살아남은 자들은 5월 광주를 문학을 통해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 말할 수 없는 말, 그 말로써 할 수 있는 이야기란 무엇인가? 작품의 미학적인 완성도와 정치적 실천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
“남은 자들의 말은 먼저 간 자들이 남긴 흔적에 가까스로 닿을 수 있다. 먼저 간 자들과의 연합은, 그렇게 남은 자들의 무능한 열정에 힘입어 반드시 이루어내야만 하는, 우리 모두의 역사적 과제로 남았다” 글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문장이다.
강용운 yongpresser@jij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