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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맞이한 첫 주말에 무등산에 다녀왔다. 중머리재로 가는 동안 푸르른 나무들이 내뿜는 좋은 에너지를 느끼면서 ‘나는 자연에 대해 해준 것이 없는데 세상에 태어나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 자연은 나에게 선물을 주는 구나’하고 감탄했다. 그래서 등산로 옆 큰 소나무 몸통에 두 손을 얹고 조용히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내가 고마운 나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지 않을까?
장불재에 이르러 벤치에 앉아 서석대와 입석대 쪽을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과 푸른 나무, 군데군데 피어있는 철쭉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한 폭의 그림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만약 철쭉꽃이 듬성듬성 피지 않고 온통 가득 찼다면 이런 환상적인 조화가 가능했을까’라는 생각에 여백의 미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입석대와 서석대에서는 바위 틈새에서 자라나 붉은 꽃을 피운 철쭉을 보았다. 어쩌면 저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꽃 피움으로 자신의 뜻을 실현했을까.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선을 다한 그대들이 정말 아름답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서석대에 올라 발아래에 깔려있는 사방의 산들과 품에 안기는 광주 시내를 보면서 가슴이 뻥 뚫어짐과 속에서 무언가 에너지가 솟구쳐 오름을 감지한다. ‘나는 지금 소위 호연지기를 느끼고 있는 것일까? 우리 고향 분들은 무등산을 자주 오르다보니 정의감과 용기가 넘치게 되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그렇게 호연지기를 가졌어도 세상에 뿌리를 두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하고 또 보듬고 가야하는 것이지’라는 말이 나왔다.
중봉을 지나 토끼등까지 내려와서 나무 그늘아래 벤치에 앉았다.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겼다. 떠오르는 잡생각을 그대로 놔두면서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살갗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내면에서 나오는 무언가를 기다려 보았다. 그러나 화두 같은 것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저 편안한 시간이었고 내 마음이 정리된 것 같은 느낌이 좋았다.
집에 돌아와 텔레비전을 켜니 문재인 대통령께서 기자들과 산행을 하였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때 문득 대통령께서도 철쭉과 푸르른 나무들을 보았을 테니 혹시 산행 중에 경제 및 사회정책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요즘 표현으로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뉘게 된다. 그러나 누가 세상에 더 기여하게 될지 모르니, 아니 잣대에 따라 평가 자체도 달라질 수 있으니 이들 간에 기회 및 생활 격차가 너무 심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자연이 주는 무조건적 혜택과 선조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극히 일부분만 기여했을 뿐인데 마치 스스로가 모든 가치를 창출한 것처럼 한쪽이 너무 많이 가져버리는 것은 문제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최상위와 하위 소득계층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소득 격차를 줄여야 하는 이유이다.
청와대에 경제보좌관을 두어 경제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게 하고 임기를 넘어서는 장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진하도록 하자. 그렇지만 세부적인 실천은 각 부처가 대내외 경제여건, 경제주체 간 타협 여부 등 상황에 따라 다소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대통령의 조급함과 관료들의 충성경쟁이 결합하면 너무 단기 땜빵식의 정책대응만 하다 정작 큰 것은 하나도 이루지 못할 수 있다. 또한 기득권 세력을 설득하지 못하고 큰 저항을 불러일으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많은 국민들이 지금 새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지만 그중 일부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금방 비판세력으로 전환할 것이다. 사람이란 그런 것이다. 그렇지만 호연지기를 가진 리더는 이에 속상해 하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가끔씩 명상하면서 비우고 초심을 되살리며 참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지자.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
2026.10.18 (일) 03: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