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1번지에서 문화중심 자치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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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1번지에서 문화중심 자치구로

김성환(광주시 동구청장)



짬이 날 때 손닿는 곳에 삼국지와 같은 대하소설을 두고 틈틈이 읽는 편이다. 천하통일을 꿈꾸는 영웅들의 목숨을 내건 지략과 승부가 일상에 짜릿한 긴장을 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끈질기게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영웅들에게 리더가 갖춰야할 능력과 마음가짐을, 스러져가는 야망과 쓰라린 실패에서 배려와 겸손을 배운다.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모든 민족과 나라, 지역은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거듭한다. 융성했다가 망하고 다시 성한 기운이 일었다 쇠락하는 순환의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자칫 운명론적 관점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흥망성쇠의 순환 속에서 당대를 사는 우리의 역할은 자명하다. 흥(興)과 성(盛)은 더 크고 오래 지속되도록, 망(亡)과 쇠(衰)를 더 짧고 빠르게 극복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광주 동구의 역사도 예외 없이 이러한 순환의 과정을 거쳐 왔다. 과거 동구는 ‘호남1번지’로 불리는 전성기를 구가하다 20여 년 동안 기나긴 공동화현상을 겪으며 쇠퇴의 시기를 보냈다. 그리고 필자가 지난해 4월 동구청장으로 취임한 지 1년, 동구는 다시 뚜렷한 흥(興)과 성(盛)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최근 동구 도심 곳곳에는 15~34층 규모의 관광호텔과 주상복합건물이 속속 들어서는 등 대규모 투자유치가 활기를 띠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는 방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대의동에는 지상15층 규모의 가족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며, 금남로2가에는 지상10층 규모의 비즈니스호텔이 지난 2월부터 문을 열고 성업 중이다.
여섯 차례나 유찰되며 사업자모집에 난항을 겪었던 총사업비 452억 원 규모의 내남지구 도시개발이 지난해 6월 사업자를 선정하고 기반시설 착공에 들어갔다. 동구의 지도를 바꿀 재개발사업도 10개 구역이 공사를 진행 중이거나 사업시행인가를 마치며 순풍에 돛을 단 듯 순항하고 있다.
‘문화중심 자치구’의 명성을 이어갈 문화·예술사업도 그 폭과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문화전당 주변으로 매 주말이면 프린지페스티벌, 어여쁘다 궁동 등 다양한 축제와 문화행사들이 펼쳐지며 동구를 ‘축제의 도시’로 각인시키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최근 들어 동명동 젊음의거리, 대인예술야시장, 남광주밤기차야시장, 충장로·금남로를 찾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확실히 늘어났다.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새로운 볼거리, 즐길 거리를 찾아 젊은이들이 다시 동구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27개 지역문화지표를 분석해 산출한 지역문화지수에서 동구는 광주 5개구 중 가장 높은 0.295점을 기록하며 타 자치구를 압도했다.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어도 침체기를 겪던 몇 년 전과는 달라진 동구의 위상을 보여주는 결과다. 올해는 지산유원지에 음악과 낭만을 입히는 문화채색사업과 박물관·미술관 투어, 아시아음식문화지구 조성, 문화재 야행프로그램, 생생문화재 사업 등 광주 원도심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는 관광콘텐츠를 선보이며 체류형 관광도시의 면모를 갖춰나갈 계획이다.
주민과의 소통에서도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지난 2월 공개된 ‘동구 두드림’ 앱은 두 달여 만에 회원수가 1만2천 명을 넘어섰다. 노인인구가 20%에 달하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반응이다. 이제 주민들은 동구 두드림 앱을 통해 꼭 필요한 소식과 정보들을 받아보고 민원을 해결하며 구정에 참여하고 있다.
필자가 동구청장으로 취임했던 1년 전과 지금의 동구는 분명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만든 차이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차이를 ‘성찰과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누군가 공직자로서 가져야할 덕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필자는 소명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하려는 열정이라고 답했다.
목표의식이 뚜렷하면 스스로에게 창의성과 책임감과 같은 동기를 부여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열정은 가능과 불가능 사이의 간극을 좁혀 한계를 극복하고 발전을 이끈다. 필자와 공직사회는 동구 곳곳에 동기를 부여하고 열정을 불어넣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주민들도 문화도시로의 도약을 한마음으로 염원하며 힘을 모아줬다. 이러한 힘들이 1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놀랄 만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다가올 내일, 동구가 역사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우뚝 설 수 있도록 신발 끈을 더 질끈 조여 맬 것이다.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