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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하고 실험적인 시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시 본래의 특질을 오롯이 살려낸 시집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강춘기(86) 시인이 펴낸 ‘만인의총 앞에서’(천우)는 감성과 리듬이라는 서정시의 본령을 구현한 시집이다. 모두 70여 편의 작품이 수록된 시집에는 다양한 소재의 시들이 수록돼 있다. 소소한 일상과 풍경에서부터 심오한 주제인 역사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관심사가 투영된 시에는 진솔한 체험과 서정적 감성이 투영돼 있다.
그러나 시인은 “시인들은 언어를 가지고 시라는 집을 짓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언어로 집을 짓는 것이 갈수록 어렵기만 하다”고 자세를 낮춘다. 그럼에도 “가장 귀하고 사랑하는 보화를 만나기 위해 꽃이 피어나듯 오늘도 웃으며 인생 나그넷길 걸어가련다”며 시와 삶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다.
“미풍에 흔들리는 무덤 위의 풀도 울부짖고/ 너희들은 감당 못했던 조상들의 백골을 딛고라도 일어나/ 삶이라는 시간 속에 뇌수까지 울리는 크나큰 함성으로/ 아픔 없이 이룩된 역사는 없느니/ 그날의 억울함을 깨부수고/ 겁날 것도 없는 죽음 앞에서/ 비겁하게 살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가라고 외치는 소리”(‘만인의총(萬人義塚)앞에서 중’)
표제시 ‘만인의총 앞에서’는 강 시인의 시적 지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사적 제272호인 ‘만인의총’(남원시)은 정유재란으로 남원성이 함락되던 날, 끝까지 성을 지키다가 순절한 민·관·군의 합장유적이다. 화자는 서사적 상상력과 서정적 감성을 토대로 역사적 소재를 현재라는 시간 속으로 불러낸다.
발문을 쓴 손광은 시인(전남대 명예교수)은 “강춘기 시인의 시 속에는 경이로운 삶의 체험 내용이 새롭게 상기 돋듯 감성 따라 깊게 펼쳐져서 독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내면의 가치로 눈뜨게 하였다”고 의미를 평했다.
장흥 출신 강 시인은 ‘문예시대’로 등단했으며 서은문학상, 광주시민대상(학술부문)을 수상했다. (사)밀알중앙회 총재와 서강정보대학 학장, 한국자원식물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시집 ‘거울이 나에게 말을 하였네’, 수필집 ‘잃은 것과 얻은 것’을 펴냈다.
한편 ‘만인의총 앞에서’ 출판기념회가 15일 오후 4시 KT 광주정보통신센터 4층에서 서은 문병란문학연구소 주관으로 열린다.
양동주 jebo@jijace.com
2026.10.18 (일) 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