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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605년, 혹은 1606년 어느 적당한 날, 영국에서는 피로 얼룩진 잔혹한 연극 한편이 초연됐다. 왕의 충신이자 용맹한 장군이 반역을 진압하고 돌아오는 길, 마녀들을 만난다.
귀가 솔깃해지는 예언을 듣는다. ‘왕이라니...내가?’ 손사래를 치며 부정해보지만, 점점 심장이 쿵쾅거린다. 왕관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하필 왕이 눈앞에 찾아온다.
어두운 밤, 기회다. 끓어오르는 시커먼 욕망을 주체할 수가 없다. 하지만 두렵다. 선과 악이, 욕망과 양심이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
아내는 우유부단한 남자를 질책한다. 용기 없는 비겁자가 되긴 싫다. 피로 얼룩진 왕좌. 마녀의 예언은 현실이 되고, 왕관은 그의 머리에 씌워진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권력을 얻기만 하면 다 끝나는 줄 알았다.
살인은 또 다른 살인으로 이어지고, 권력 앞에 판단은 흐려진다. 욕망을 감당하지 못한 채 스스로 폭군이 되었다. 이 모든 게 마녀들의 예언 때문인가? 자기 욕망 때문인가? 그는 멈출 수 없는 권력의 비정한 속성을 몰랐던 것이다. 욕망의 달콤한 유혹은 그를 파멸로 이끈다. 불안과 환영과 시달리던 권력자는 비극적 종말을 맞는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의 이야기다.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와 권력에 관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현대적, 현재적인 작품이다.
411년 전 초연 이후 연극, 영화, 무용 등 다양한 장르로 재해석되고 있다. 2017년 4월 14일, 광주에서 ‘맥베스411’로 새롭게 무대에 오른다.
광주시립극단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야심차게 공동기획, 제작했다. 남도를 배경으로 사투리를 통해 새로운 맥베스를 선보인다. 연극 ‘남자충동’에서 비장한 사투리 연기를 펼친 안석환 배우가 맥베스로 열연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아시아예술극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가변형 극장을 활용한 무대 미학은 광주만의 독특한 ‘맥베스411’을 탄생시킬 것이다.
공연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던 건 작년 여름이다. 셰익스피어의 탄생일인 4월 23일을 기념해 공연일도 4월 중순으로 정했다. 그때만 해도 장미 대선을 예상치 못했다. ‘권력’에 대한 물음이 더더욱 절실한 요즘이다.
가수 안치환의 ‘권력에 관한 두 가지 시선’이란 노래가 있다. ‘무섭다가 우스운 것, 똥오줌 못 가리는 것, 달콤하다 쓰디쓴 것...(중략).’ 노랫말이 ‘맥베스’ 마녀들의 대사와 닮아있다.
‘Fair is foul, and foul is fair(아름다운 것은 더러운 것, 더러운 것은 아름다운 것)’. 정말 모순이다. 선함과 악함, 강함과 약함, 깨끗함과 더러움. 세상엔 늘 모순이 충돌한다.
이분법적 논쟁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모순 가득한 현재에 대한 자기반성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2017년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맥베스411’을 주목할 이유는 분명하다.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
2026.10.18 (일) 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