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의 수도’ 보성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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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의 수도’ 보성을 바란다

임경자(시인·수필가)



노구(老軀)가 된 내가 이달 초 미국에서 비행기에 오른 이후 내 고향 보성에 도착하니 이틀이 지나간다. 인천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전라도 길에 당도하는 순간부터 가슴이 울컥울컥한다. 차창에 스쳐가는 풍경들이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타국 생활에서 맺힌 그리움이 이 순간에 톡톡 튀어나가 가슴에 전율을 느끼게 한다.
서른 해가 훨씬 넘게 타국에 살면서도 마음은 항상 내 조국, 내 고향 소식에 귀 기울이게 되며, 내 작은 힘이 도움이 될까 싶으면 이렇게 달려오게 된다.
지난 해 ‘녹차의 수도’ 보성에서 해외 마케팅을 위해 뉴욕을 방문했다. 이용부 보성군수와 녹차 마케팅 팀원들은 맨하탄의 코리언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각 관계처와 사업체를 방문했다. 전라도 여자, 보성여자인 나 역시 이일 저일 모두 제치고 빽빽한 그들의 일정과 함께 했다. 멀리까지 온 고향 사람들을 내 집에 모셔 밥 한 끼 대접할 시간마저 없이 오직 녹차 마케팅에 열중인 보성군청 팀원들의 모습이 이번에 다시금 나를 보성으로 오게 했다.
이용부 군수는 녹차 마케팅을 위해 여러 나라를 방문해 각 나라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서 이민 생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다름아닌 대한민국의 현재 실상을 면밀하게 살펴 앞날을 내다볼줄 아는 정치인의 예지였다. 이민 사회의 전문인들, 커뮤니티 리더들과 교류를 하며 한국내의 바른 이민 정책과 다문화 복지행정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는 것을 알고, 나 역시 서둘러 ‘건강한 이민 정책과 다문화’ 에 대한 저서를 집필했다.
이 것이 내 조국 내 고향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이민 생활동안 수없이 들어온 ‘문화와는 싸울 수 없다’ 는 말은, 현재 한국이 직면한 이민 정책과 다문화 복지에 대해 입각하기 전 인식해야 할 주제다. 대부분의 다문화인들이 모여 사는 지방자치단체에 절박한 과제이다.
이민 정책과 다문화 복지대책이 국회나 중앙부처에만 의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실제 이민온 이주인들과 다문화로 엮여 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의 내국인들의 건전한 인식과 변혁에 대한 적극적 실행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실행해왔던 이민 정책과 다문화 복지행정을 다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이민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기관, 전문가, 지방자치단체, 다문화 단체들의 참여로 법적 상식과 실제 생활 효율의 양면을 모두 살필 일이다.
현재 내재되어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빈부의 갈등, 이혼, 낙태, 질병, 노인, 환경오염, 전쟁 불안, 자살, 청소년 문제들이 이주해온 다문화인들과 이대로 섞여살게 되면 확실히 가중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노동력과 출산 감소를 해소하기 위해 개방한 이민이 또 다른 유형의 사회악으로 형성되지 않도록 보다 확고한 이민 정책과 다문화 복지대책이 요구된다.
이민을 개방한 우리 세대가 이 시점을 지나친다면, 우리의 자식 세대와 손주 세대에 맞이할 혼란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다문화인들이 새로운 이 곳을 살고 싶은 곳, 즉 ‘제 2의 고향 만들기’를 할 수 있도록 바른 정보와 협력을 해주고, 내국인들도 우리의 법질서와 내국인의 사회 기반이 안정될 수 있는 이민정책과 다문화 행정의 공평성에 주시하여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호소이다.
이주해 오는 이들이 엄격한 이민법을 지키고, 또한 그들이 코리안 드림을 성취할 수 있는 건전한 교육과 내국인들의 일관성있는 복지 행정이 준비되어야 한다. 노력한 만큼 성취하고, 내국인과 다문화인들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공동체 의식 또한 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일들이 서류상의 공문이나 의결문을 통해 농촌에 사는 다문화인들에게 전달된다면 그 효과와 실행성이 어떨까?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답은 명확하다.
그렇다. 이민 정책과 다문화 복지 행정은 생생한 현장인 지방자치단체에서부터 실질적인 법과 행정이 발효되어야 하고 , 산재해있는 이민업무와 복지단체의 실행 상황을 정리하여 재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작금에 역사에 남을 큰 문제로 온통 시끄럽다. 그러나 이민 정책과 다문화 행정이야 말로 지금 이때에 새 방향으로 눈떠야 한다. 지자체의 농·특산물을 해외에 마케팅하기 위하여 여러 나라를 둘러보며, 내 나라에 시급한 보배를 찾아낸 보성군이 다문화의 수도가 되기를 바란다.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