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기주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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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기주의라고?

민형배(광주 광산구청장)



“금호타이어 매각 자금으로 대우조선을 추가 지원할 거라는 소문이 지역에 파다하다. 또 전라도가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가.”
중국 기업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에 유리한 조건을 확보했다. 이대로 가면 ‘먹튀’가 불 보듯 빤하다. 그래서 나는 지난 17일 ‘전라도 차별’을 언급한 성명서를 냈다.
가까운 지인이 문제제기를 했다. 금호타이어 문제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하지만, 대통령선거라는 국가적 과제에 지역의 문제를 지나치게 앞세우는 건 옳지 않다는 게 지인의 주장이었다. 내 생각은 다르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구분할 수 있다. 주권자의 뜻을 잘 반영하는 선거제도가 정치적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균형발전론, 보편복지, 경제민주화 등이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반영한 정책담론이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정착했으나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형편없다. 대부분 동의하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현주소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정권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였다. 선거과정이라는 민주적 정당성에 근거해 대통령으로 뽑혔으나 두 정부가 취한 사회경제적 조치들은 국민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이런 결과에는 두 대통령 뿐 아니라 ‘우리’의 책임도 있다. 식민지와 독재체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공적 대의에 헌신’을 내면화했다. 아름다운 덕성이지만 문제가 없지 않다. 개인, 부문, 직능, 지역 차원의 이익 추구를 정당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풍토 또한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은 ‘계급이기주의’로, 핵발전소나 고압송전탑을 반대하는 투쟁은 ‘지역이기주의’로, 열악한 근무환경과 극심한 취업난을 문제 삼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세대이기주의’로 폄훼 당했다. 그동안 이 부문의 운동들이 사회적 지원을 튼튼하게 받지 못한 이유다.
식민지와 독재체제 극복에 가장 열정적이었고, 광주민중항쟁까지 경험한 광주와 호남은 ‘공적 대의에 헌신’을 다른 지역보다 훨씬 중시 여긴다. 선거 때마다 ‘호남역할론’을 명예롭게 수용하면서 정치적 민주주의에 지역자원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지역은 점점 사막화되어 갔다. 서울과 영남 일부 세력의 국가자원 과점을 뜬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는 ‘절반의 인민주권’(후마니타스)이라는 책에서 “좀 더 많은 사적, 부분적 이해가 광장에서 분출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생계와 생활의 문제를 더 이상 ‘사사화(私事化)’하지 말고 ‘사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나이더의 주장에 동의한다.
민주주의는 개인이익, 집단이익, 지역이익, 세대이익 등 다양한 부문의 이익추구를 허용하는 정치체제이다. 부문별 이익 추구가 이익집단(직능단체, 노조, 지역사회, 시민사회)을 통해, 나아가 정당을 통해 자유롭게 표출·집약되어 국가의 정책으로 진화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작동한다.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요구를 ‘이기주의’, ‘사익’으로 규정하는 건 자기 이익 보호를 위한 기득권층의 전략이다. 타인, 타집단, 타지역을 배제하는 것만 아니라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어떠한 요구이든 정당하다. 정당해야 민주주의이다.
서두에 언급한 금호타이어 문제는 3천400여 명의 고용, 이것과 연관되는 내수 구매력, 원천기술 및 국방기술(금호타이어는 방위산업체이기도 하다)의 해외유출이 우려되는 지극히 ‘공적’인 사안이다. 그럼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전라도에서만 맴돌고 있었다.
한국사회 전체가 금호타이어 문제를 사사화하고 있는 셈이다. 대우조선은 사고가 터지자마자 곧바로 문제의 사회화가 진행됐다. 이 또한 지역차별이다. 그래서 나는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한다. 대권후보라면 노동자와 지역경제, 그리고 국방력을 지킬 속 시원한 해법을 들고 전라도를 방문하라”고 요구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