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연극사’ 핵심…김해운 항일희곡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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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연극사’ 핵심…김해운 항일희곡 공개

신안 출신 김병학 시인 ‘김해운 희곡집’ 출간 …복원 중요 사료

▲김해운 희곡집
‘고려극장’은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삶과 궤를 같이 한다. 1937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원동)에서 설립돼 강제이주로 중앙아시아 도시를 떠돌던 고려인의 고단한 삶을 연극에 담았다.
현재는 카자흐스탄 국립 고려극장이다. 카자흐스탄 제2의 도시인 알마티에 있다.
‘원동 고려극장’과 ‘타쉬켄트 조선극장’ 설립을 주도하고, 말년에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으로 돌아간 인물이 있다. 뛰어난 배우였고 탁월한 연출가였다. 고려인 연극사에 길이 남을 희곡을 쓴 작가이기도 했다. 그는 부산 출생으로 소련으로 건너가 바람처럼 살다 갔다. 김해운이다.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고려극장 창립 85주년을 맞아 당시 원동 고려극장에서 공연된 연극대본 등 8편의 희곡이 처음 공개됐다. ‘김해운 희곡집’이다. 신안 출신 김병학 시인이 펴냈다.
그는 카자흐스탄에서 25년동안 살면서 ‘재소 고려인의 노래를 찾아서’, ‘한진전집’, ‘경천아일록’ 등 다수의 재소 고려인 관련 서적 등을 펴낸 재소 고려인 연구자다.
이번에 공개된 ‘김해운 희곡집’에는 1935년 5월12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초연된 연극 ‘동북선’을 비롯해 1948년 ‘타쉬켄트 조선극장’ 무대에 오른 ‘생활’, 1957년 ‘사할린 조선극장’에서 공연된 ‘장화와 홍련’ 등이 실렸다. 당시 소련 내 우리말극장을 대표하는 희곡들이다.
책에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고려극장 창립 멤버 김해운의 행적도 자세히 고증돼 있다. 부록에는 그가 쓴 시와 노래 가사들도 발굴, 정리돼 있다.
이 희곡집은 재소 고려인 연극사에서 빠진 고리를 복원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8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려극장’이 여전히 카자흐스탄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정작 연극무대에 오른 희곡작품은 별로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해운 희곡집’은 그동안 접혀져 있던 고려인 연극사의 핵심 장들을 펼쳐준다.
김해운 희곡의 백미는 단연 ‘동북선’이다.
‘동북선’은 일제가 러시아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함경북도 청진에서 웅기(지금의 선봉)에 이르는 동북철도를 부설하는 과정에서 조선의 농민과 노동자들을 동원해 가혹하게 혹사시키자 이들의 억압에 맞서 격렬하게 항쟁한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희곡 ‘생활’은 가정파탄의 슬픔을 이기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여주인공의 내적ㆍ외적 변화과정을 묘사했다. ‘장화와 홍련’은 장화홍련전을 근대적, 사회주의적 관점으로 새롭게 각색했다.
김해운은 1932년 9월9일에 설립된 원동 고려극장 창립 멤버들 중 특이하게 한반도 부산 출신이다.
그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희곡 ‘동북선’에 짧지만 강렬하게 묘사하기도 했다.
김병학 시인은 “김해운 희곡 중에는 스탈린 치하에서 어쩔 수 없이 체제를 숭배하고 개인을 찬양한 것도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고려인 인텔리들이 처한 특수한 상황과 한계를 너그럽게 보듬을 때 우리의 이해의 지평도 아득히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예림 poipoi84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