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명령 “박 대통령 파면”… 헌정사 첫 탄핵 ‘만장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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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헌법의 명령 “박 대통령 파면”… 헌정사 첫 탄핵 ‘만장일치’

“권한 남용… 헌법·국가공무원법·공직자윤리법 등 위배”

▲10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공장에서 윤장현 광주시장과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을 비롯해 광주 시민 200여명이 모여 대형 스크린으로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선고를 들은 뒤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기업의 재산권 침해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 침해”
“최순실 국정개입 철저히 숨기고 오히려 의혹제기 비난”
세월호 관련,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인정 안돼
김이수·이진성 재판관, 朴 세월호 대처 ‘무성의 태도’ 일침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파면했다.
<▶관련 기사 2·3·4·5·6·9·12·13면>
헌재는 지난 1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1층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주문을 읽었다.
이정미(55·16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선고에 앞서 “재판과정 중 이뤄진 모든 진행 및 결정에 재판관 전원의 논의를 거치지 않은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이라며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선고에 임하려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 가운데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을 파면 사유로 꼽았다.
헌재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각종 인사자료나 국무회의자료 등 공무상 비밀 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한 점을 인정했다. 최씨는 문건 내용을 수정하거나 대통령 일정을 조정하는 등 관여했다.
헌재는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라는 지시를 해 대기업들로부터 486억원을 출연받아 미르 재단을, 288억원을 받아 K스포츠재단을 설립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두 재단법인의 임직원 임면, 사업 추진, 자금 집행 등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했고, 재단법인에 출연한 기업들은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고 봤다.
헌재는 최씨가 K스포츠재단 설립 하루 전에 더블루K를 설립해 운영한 점도 주목했다.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을 통해 그랜드코리아레저와 포스코가 스포츠팀을 창단하도록 하고 더블루K가 스포츠팀의 소속 선수 에이전트나 운영을 맡기도록 했다는 판단이다.
또 박 대통령이 롯데그룹에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70억원을 요구, 실제 송금이 이뤄진 점, 최씨가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을 통해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를 이용해 이득을 취할 방안을 마련한 점도 모두 인정했다.
헌재는 이런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과 사익 추구를 도운 박 대통령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결론 지었다.
이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 행위는 최순실 이익을 위해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의 설립, 최순실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박 대통령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특히 박 대통령이 최씨와 관련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숨긴 잘못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부인하면서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며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이 검찰과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한 점을 꼬집었다.
이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며 “재판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한편 헌재는 관심을 모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 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무성실의무 위반은 성실 개념이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추상적 의무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언론자유 침해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문건 외부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이고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하며 문건 유출을 비난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모든 증거를 보더라도 세계일보에 구체적으로 누가 압력을 행사했는지 분명하지 않고 박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문체부 1급 공무원 사직과 관련해서도 최씨의 사익 추구에 방해가 됐기 때문에 인사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안창호(60·14기) 재판관은 “탄핵심판 절차 전 과정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단절로 인한 국정공백은 중대하고 국론분열로 인한 국가적 손실은 엄중하다”고 밝히며 “이러한 난국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통령 개인에 대한 탄핵심판을 넘어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재벌기업과의 정경유착과 같은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고 정치적 폐습을 조장한 권력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보충의견을 밝혔다.
특히 김이수(64·9기), 이진성(61·10기)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성실한 직무수행에 이르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이들 재판관은 “진정한 국가 지도자는 국가위기의 순간에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국민에게 어둠이 걷힐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 최고책임자의 지도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은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국가위기가 발생해 그 상황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이를 통제, 관리해야 할 국가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라며 “세월호 참사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재판관들은 “박 대통령은 (참사 당일) 저녁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집무실에 출근하지도 않고 관저에 머물러 그 결과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형 재난이 발생했는데도 그 심각성을 아주 뒤늦게 알았고 이를 안 뒤에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12월 9일 국회 소추위원인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이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하자 곧바로 재판관 회의를 열고 탄핵심판 절차에 돌입했다.
재판관들은 전자배당을 통해 이 사건 주심재판관을 당시 베니스위원회 참석차 해외 출장중인 강일원(58·14기) 재판관으로 정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22일 첫 준비절차를 시작으로 지난달 27일 열린 최종변론까지 준비절차 3번과 17번의 변론을 열고 공개 심리를 마무리했다.
이후 휴일을 제외하고 날마다 평의를 열어 최종결론을 내리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헌재는 지난 1월 31일 탄핵심판을 이끌어 온 박한철(64·13기)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뒤 이 권한대행 체제로 8인 심리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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