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상상 경계 넘나들며 폭력 문제 천착
7편 수록···17일 광주문화재단 다목적홀서 출판기념회
조성현(57) 광주전남소설가협회 회장이 소설쓰기의 고단함을 기꺼이 온 몸으로 껴안으며 등단 28년만에 7편의 단편을 묶어 첫 소설집 ‘눈 내리는 마을’(문학들 간)을 펴냈다.
작가는 1989년 ‘민족현실과 문학운동’에 ‘구암리 사람들’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수록작들은 대다수 최근작들이라기보다는 오래전에 초고가 잡힌 것들이다. 다듬고 다듬어 수록한 것이다. 이처럼 긴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길고도 괴로운 방황과 미혹의 세월”로 설명한다. 누군가에는 다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에는 몇해 가도록 한편을 선보일까 말까 한다. 이는 그만큼 작품을 쓰는데 복잡한 생각이 많다는 반증이다. 복잡한 생각들이 비로소 걷혀야 집필이 가능한 부류도 얼마든지 많다. 작가는 후자의 부류에 속하는 듯 하다. 그보다 늦게 문단에 나온 후배들도 몇권씩의 작품집을 펴낸 뒤에서야 그는 작품집을 내놓을 수 있었던 셈이다.
그에게 소설 쓰기는 희망이자 방황의 징표였다. 오랜 방황 때는 희망을 안겨주던 것이 소설 쓰기였으나 막상 깊이있게 천착하고 나서부터는 오히려 더 깊고 어두운 방황의 늪으로 끌고 다니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더 이상 허우적댈 수는 없었다.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몸부림의 시간과 조우한 끝에 한 권의 작품집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
그는 이번 소설에서 분노와 혼돈, 상실감과 적개심으로 촉발된 폭력의 문제를 허투루 보아 넘기지 않았다.
‘흰둥이 얼굴이 그리폰 얼굴 위에 겹쳐졌다. 흰둥이도 개였고 그리폰도 개였다. 흰둥이가 개울가에 웅크리고 앉아 비둘기 한 마리를 물어뜯고 있었다. 흰둥이조차 그리폰같이 이런 짓을 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눈 내리는 마을’)거나 ‘감정을 통제하는 세포들이 전멸해 버린 것만 같다’(‘엘리베이터’)고 기술한다.
인간의 다양성이 짓밟히면서 자행되는 폭력에 부역해야 할 당위성이 없는데도 의지와는 상관없이 폭력적인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그의 소설들은 내장 속에서부터 역류해 끓어오르는 분노를 폭력으로 표출하지 않고 희망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저항의 흔적이 강점으로 읽힌다.
이 소설집에는 표제작 ‘눈 내리는 마을’을 비롯해 ‘하늘 보는 집’, ‘잃어버린 갈매기섬의 퍼즐’, ‘밀고자’, ‘엘리베이터’, ‘선로의 섬망’, ‘팔암리 사람들’이 수록됐다.
작가는 등단작인 ‘구암리 사람들’에 대해 “구암리가 화순 소재 지명인데다 해방전후 시대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혼돈과 왜곡을 불러올 소지가 있어 ‘팔암리 사람들’로 바꿔 수록하게 됐다”고 말했다.
긴 호흡 끝에 첫 소설집을 펴낸 작가는 “앞으로 인간의 근원적 실존문제, 그리고 삶의 본질에 천착하는 작품 집필에 몰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출판기념회는 17일 오후 6시30분 광주문화재단 다목적홀.
하예림 poipoi8498@naver.com
2026.10.18 (일) 15: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