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의 ‘만인보’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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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고은 시인의 ‘만인보’ 재조명

국과수 ‘헬기사격 유력 분석’에 실체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으로 숨진 여고생의 죽음을 기록한 고은 시인의 ‘만인보’가 재조명받고 있다.
최근 광주 전일빌딩에서 5·18 당시 계엄군이 헬기에서 사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총탄 흔적이 발견됐고, 헬기 사격을 국가기관이 37년만에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6일 5·18민주유공자유족회 기록 등에 따르면 고(故) 박금희(당시 17세·전남여상 3학년)양은 1980년 5월21일 오후 2시께 광주 동구 금남로 수미다실 앞에서 계엄군이 쏜 M16 총탄에 배와 허리 부위를 맞고 숨진 것으로 기록돼있다.일부 기록에는 박양을 관통한 총알이 ‘헬기에서 날아왔다’고 적혀있다. 계엄군이 헬기에서 ‘조준 사격’을 했다거나 ‘총탄이 쏟아졌다’는 식이다.
고은 시인은 만인보에서 “기독교병원 헌혈하고 돌아오는 길/ 탕 탕 탕/ 헬기에서 쏜/ 총 맞아/ 거리에 피 다 쏟아버렸다/ 붉은 길바닥 고꾸라져/ 열일곱의 이승 마쳤다”고 기록했다.
만인보에는 80년 5월21일 박 양이 아침부터 부상자들을 위한 헌혈을 하기 위해 기독교병원에 찾아간 일, 헬기에서 쏜 총을 맞아 바닥에 쓰러진 순간, 관째로 청소차에 실려가 유족들도 모르게 망월동 묘지에 묻힌 통한 등이 적혀있다.
하지만 박 양의 부모는 결국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지난 2005년, 어머니는 지난 2012년 별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은 시인은 이들의 사연을 ‘그 가족’이라는 시로 알리기도 했다. 그는 “나 하나 죽어/ 가족이 다/ 볏집 흙집 세들어 살아도/ 행복했던 가족/ 그 가족이 다 가슴속 갑오징어 먹물 찼다”고 묘사했다.
박 양이 숨진 80년 5월21일은 계엄군이 옛 전남도청 앞에서 시민들을 향해 집단 발포를 했던 날이었다.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3시 사이에는 고(故) 조비오 신부 등 시민들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기도 했다.
강용운 yongpresser@jij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