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춘추] 점자의 날을 맞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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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춘추] 점자의 날을 맞이하면서

임성욱 시인·사회복지학박사



11월 4일인 모레는 점자의 날이다. 점자란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문자다.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손끝으로 점자를 읽으면서 수많은 정보를 대한다. 이렇게도 중요한 한글점자가 탄생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91년 전인 1926년 11월4일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게는 훈맹정음이라는 새로운 빛 하나가 생긴 것이다. 이런 훌륭한 일을 해낸 사람은 바로 송암 박두성 선생이다. 그는 1919년 3ㆍ1운동이후 일제가 조선어 과목을 말살할 때 “눈이 없다고 사람을 통째로 버릴 수 있습니까? 앞 못 보는 사람에게 모국어를 안 가르치면 이중의 불구가 되어 생활을 못합니다. 눈 밝은 사람들은 자기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읽고 쓸 수 있지만 실명한 이들에게 조선말까지 빼앗는다면 눈 먼데다 벙어리까지 되란 말입니까?” 라면서 강력히 항의했다고 한다. 기세등등하던 일본인들도 할 말을 잃었다. 그 후 송암 선생은 뜻을 같이하는 제자들과 1920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글점자 연구에 몰두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간단없는 연구로 결국 1926년 11월4일 훈맹정음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한 사람의 선각자가 이처럼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다. 오늘날에도 또 다른 의미의 선각자가 필요하다. 장애인 부모들은 말한다. 내 자녀보다 하루만 더 살고 죽게 해달라고. 부모가 자연으로 가고 나면 돌 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피를 토하는 절규인가. 때문에 이제는 장애인 부모가 편안하게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런데 이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때문에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서 송암 선생 같은 선각자들이 나타나야 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함께 걸음”하는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그래야 “너희들이 눈은 비록 어두우나 마음까지 우울해서는 안 된다. 몸은 비록 모자라도 명랑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 안 배우면 마음조차 암흑이 될 테니 배워야 하느니라.”라는 송암 선생의 말처럼 시각장애인들이 열심히 배울 수 있다. 그에 힘입어 밝고 맑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이런 세상이 바로 살만한 사회가 아닐까. 마침 전라남도시각장애인점자도서관에서는 도내 시각장애인들과 그 가족, 자원봉사자, 시설 및 관계자들이 함께 한 가운데 11월 2일인 오늘 ‘제5회 점자의 날 기념행사’를 다채롭게 거행한다. 점자가 창제된 지 무려 90여년이 되는데도 이제야 5회째 기념행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시각장애인복지가 그만큼 불모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면 되니까. 자고로 인간에게 주어진 복이 천 냥이라면 눈이 구백 냥이라 했다. 그만큼 인간에게서 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렇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본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대한다. 보이는 눈으로 능숙하게 식사를 한다. 운전을 하고 거리를 걷는다. 업무를 본다. 쇼핑을 한다. 영화를 본다. 이 모든 것들이 건강한 눈이 있어서 가능하다.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스스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어렵다. 누군가가 데려다 주지 않으면 지향하는 곳에 갈 수가 없다. 이것이 시각장애인들의 삶이다. 때문에 건강한 눈을 갖고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시각장애인들은 말한다. 단 한번만이라도 자신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가족의 얼굴도, 저 하늘에서 빛나는 태양도, 파란 하늘도.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