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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섬진강 대홍수 이후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해 1천억 원 이상이 하천정비와 배수펌프장 설치에 투입됐다. 그러나 이번 폭우에서도 최소 8곳 중 4곳(냉천,사도,안촌,봉소)이 전력 공급 문제로 멈춰 서면서 “예산 낭비와 행정 부실이 빚어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배수펌프장은 수위가 일정 수준에 차면 자동으로 가동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구례군의 일부 펌프장은 상시 전력공급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예비전력 방식에 의존하고 있었고, 실제로 전기 투입을 요청하는 군청의 지시가 늦어지면서 제때 가동되지 못했다. 군청이 한전에 예비전력 투입을 요청한 시각은 폭우가 쏟아진 당일 밤 10시 50분, 이미 농경지가 물에 잠긴 뒤였다.
한전은 군의 요청만 있으면 즉시 대응할 준비가 돼 있었던 만큼, ‘늑장 판단’이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주민 증언에 따르면 한전 직원이 현장에서 퓨즈를 연결하자 배수펌프가 정상 가동됐다고 한다. 이는 “제때 연락만 했어도 피해는 줄일 수 있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더욱이 농어촌공사나 지자체 관리하에 있는 배수펌프장은 호우주의보 발령 시 즉각 비상대기 체계로 전환하도록 매뉴얼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이 매뉴얼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농민들은 “대홍수 이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똑같은 피해를 반복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예산 집행의 투명성뿐 아니라 위기 대응 매뉴얼의 실효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전라남도는 안전정책과 감찰팀이 구례군 배수펌프 운영 전반에 대한 감찰을 진행해왔다. 감찰 내용은 현재 심의 단계에 있으며,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 재발 방지책을 담은 최종 결과는 다음 주 중 발표될 예정이다.
전남도가 속 시원한 답을 내놓을지, 또다른 의혹을 낳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기준 기자 jebo@jijace.com
2026.07.28 (화) 2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