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에 바쳐진 ‘택시운전사’
검색 입력폼

소시민에 바쳐진 ‘택시운전사’

김선기(문학박사·시문학파기념관장)



영화 ‘택시운전사’가 관객 1천만 명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이처럼 영화 ‘택시운전사’가 국민적 관심을 끈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은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시민적 관점에서 바라보았다는 점이 원동력이지 않나 생각한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김만섭이라는 택시기사와 위르겐 힌츠페터라는 독일 기자, 즉 두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당사자라기보다는, 그것을 목격하는 외부자다. 그들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광주로 향했다. 그러나 광주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고초를 겪으면서 두 사람은 단순한 외부자에서 당사자, 즉 주체로 변화한다. 물론 ‘택시운전사’가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고 해도, 그 초점은 보다 김만섭에게 가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치열하게 하루 벌어 살아가는 김만섭이라는 인물의 성장 영화에 가깝다. 아내와 사별하고 어린 딸을 키우는 그에게 삶은 경제적인 척도로 좌우된다. 영화 초반, 시위하는 대학생들에게나 광주에서 재식에게 훈계하는 그의 모습은 그래서 전혀 낯설지 않다. 그는 60년대와 70년대를 거치면서 경제적 발전에 집중한 한국의 근대화를 몸소 실천한 인물이다. 때문에 만섭은 그러한 가치관을 가진 우리 주변 사람들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만섭이라는 인물이 소시민으로서의 의미와 성장에 가까운 변화가 단순히 시대적 상황과 연관되기 때문에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극적으로 그에게 부여된 개인사가 결합됨으로써 캐릭터의 매력과 그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고 하겠다.
물론 두 사람의 출발점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그들은 정치현실에 대한 이해나 거대담론에 대한 열망은 소시민의 입장에서 동질감을 보인다. 자신들과 가까운 사람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구타당하고 죽어갔을 때 그들은 가슴을 치며 분노했다. 광주에서 총을 들고 싸운 이들이 아니라, 부상자들을 나르는 택시운전사들과 주먹밥을 나누어주는 아낙들이 만섭을 통해 기억되는 방식은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다. 또한 마지막 검문소에서 중사가 숨겨진 서울 번호판을 확인하고도 두 사람을 통과시켜주는 장면은, 그 누구라도 소시민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주인공 김만섭을 소위 영웅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두 사람을 도와주는 태식이나 재식 혹은 최 기자는 이념이나 대의를 통해 군사정권에 대항하는 인물들로 그려지지 않는 점이 그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소시민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가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왜 일어났는지를 밝히지 않는 방식은 그래서 공감이 가는 것이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대중적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역사와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됐다. 영화는 시종일관 정치적인 이념 가치나 당위성을 이야기하기보다 사람으로서의 당위와 상식에서 바라본다. 쫓아오니까 도망가는 것이고, 죽이니까 무섭고, 죽을 것 같으니까 저항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철저하게 소시민적 삶의 모습이다. 따라서 평론가들은 이 영화는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애쓴 김만섭과 같은 모든 소시민에게 바쳐진 것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나 역시 그들의 찬사에 적극 동의한다.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