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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빛 좋은 개살구다.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 국가에서, 권한이라고는 쥐꼬리만큼 밖에 없는 지방정부가 도대체 무슨 자치라는 것을 한다는 말인가. 어쩌면 완전한 지방분권으로 지방정부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기 전에는 지방자치를 실시하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참여정부에서 균형발전을 추진했던 경험을 회고해보면, 돈 없고 권한 없는 지방정부를 통해서 전국의 조화로운 발전을 유도해내기란 참 힘든 일이었다. 엔진없는 비행기가 날 수 있겠는가. 비행기가 날아오르려면 먼저 강력한 엔진으로 냅다 달려야 한다. 지방분권으로 지방정부에게 권한을 충분히 주었어야 지방이 힘차게 달렸을 것이다. 그렇게 달린 다음에라야 비행기가 날아오르듯 지방도 날아올라 균형발전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행기를 공중에 올려놓은 다음 엔진을 가동시켜 비행기를 날아가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균형발전을 원한다면 먼저 완전한 지방분권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주민주권의 토대 위에 분권과 자율의 지방자치시스템으로 국가개조를 단행해야 하며, 국가균형발전도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역 중심의 발전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게 말로만 되는 일이 아니다. 강력한 정책선회가 있어야 한다.
첫째, 대한민국을 지방분권에 기초한 자립적 지역연합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지역정부연합’을 구성하여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궁극적으로 균형발전을 도모한다.
둘째, 지방정부가 주민주권의 토대 위해서 스스로 지역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지역정부에게 행정, 입법, 재정의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특히 지방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는 지방정부와의 합의가 필요하니, ‘중앙‧지방의 정책결정 협의체’를 설치해야 할 것이다.
셋째, 지역주민의 민주적 자치활동을 보장하는 획기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생활정치가 가능하도록 주민이 지자체 조례의 제정과 개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지방분권 국가로 우리가 꿈꾸는 지방자치의 시대를 열 수 있을까? 아니다. 이상에서 제시한 ‘강력한’ 지방분권 정책은 현행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지방분권 정책을 쥐어짜내 본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완전한 지방분권에 의한 지방자치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멋진 지방분권 정책을 내 놓아 보아도 거의 모두 실행되지 못한다. 왜? 헌법이 가로 막고 있어서다. 그래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가능하게 만들려면 개헌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밝혀야 한다. 중요한 몇 개만 짚어본다.
입법권 없는 자치는 허깨비다. 하지만 우리 헌법에는 모든 입법을 국회에서만 하도록 정해 놓았다. 우리가 익히 들어 익숙한 조세법률주의. 죄형법정주의 등이 그 주범이다. 심지어 자치법규의 제정범위 까지도 국회에서 정하도록 되어있다. 지방자치 시대를 선포했다면서 도대체 이게 뭔가. 그러니 헌법에 지방의회의 ‘자치법률’을 도입하고 국회의 ‘국가법률’과 동일한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재정권 없는 지방자치 역시 허깨비다. 우리 헌법은 자치재정과 관련해서 ‘재산관리’ 권한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지방정부의 과세자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앞서 지적한 조세법률주의 때문이다. 적어도 지방세는 ‘자치법률’ 혹은 조례로 그 세목과 세율을 정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행정권 없는 지방자치 역시 허깨비다. 전투에 나간 장수에게 전투요원 배치 권한조차 주지 않으면서 전투에 승리하기를 바란다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하지만 우리의 현실이 바로 그렇다. 지방의회이든 지방자치단체이든 모두 그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국회에서 만드는 법률로 정하라고 헌법이 명령하고 있다. 지방정부 조직 역시 자치법률 혹은 조례로 정할 수 있게 헌법을 바꾸어야 한다.
주민의 역할이 없는 지방자치 역시 허깨비다. 헌법의 관련 규정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인데, 복리를 수여받는 객체일 뿐임을 천명하고 있다. 주민은 지방자치에서 주인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권력은 주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을 헌법에 신설해야 한다.
수정해야 할 헌법조항과 신설해야 할 조항은 이외에도 많지만 적어도 지역의 주체적 노력에 의해 전국의 균형발전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지방분권을 향한 최소한의 헌법적 노력을 여기에 담았다. 부디 우리 헌법이 지방자치를 오히려 방해하는 그런 비극이 시급히 고쳐지기를.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
2026.10.17 (토) 1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