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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이래 2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중앙정부 권한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지 않고 있으며, 국가의 지방 통제가 과도한 실정이다. 2009년 기준으로 총 4만2천316개의 국가사무와 자치사무가 있지만, 이 중 자치사무는 8천452개(20%)에 불과한 상황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무를 자치단체가 능동적으로 결정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지방분권은 지방의 정책결정권 보장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지방의 정책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를 다시 분류하고, 지방이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무는 지방에게 과감히 이양해야 한다.
그런데 지방의 정책결정권은 재정분권을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중앙의존적 재정구조로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정책을 만들 수도 없거니와 그런 정책을 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실현하기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자주적 정책결정과 집행, 그에 따른 책임을 보장하기 위해서 자주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국가와 지방간 수직적 재정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지방재정 확충은 요원한 실정이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가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인데, 최근 5년간 국세 대 지방세 비율 평균은 77.8% 대 22.2%로서 여전히 8: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세원이 국세에 편중돼 있고, 국세의 지방세 이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또 최근 지방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는 것은 급속한 고령화와 사회복지지출 급증인데, 이 두 가지는 지방재정의 지속가능성에 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으며 203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3분의 1인 1천595만명이 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급속한 고령화는 필연적으로 기초적인 복지서비스 수요 급증으로 귀결되며, 그 결과로 지방재정 운영에 큰 어려움을 가져오게 된다. 최근 10여년 사이에 자치단체 사회복지분야 예산이 급격하게 증가된 것이 그 증거인데, 사회복지 예산은 전형적인 경직성 경비이기 때문에 지방재정의 경직성도 날로 심화되고 있다. 통계를 보면, 자치단체의 예산 중 복지예산 비중이 2010년 25.1%에서 2015년에는 32.6%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특히 도시지역과 자치구 지역에서는 50%를 넘어서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직적 예산 구조에서는 자치단체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적 지출을 편성하기 힘들기 때문에, 지역경제 성장을 위한 지방재정의 역할은 날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세입 측면에서 지방의 몫을 키우는 과감한 재정개혁이 필요하다. 지방교부세 법정교부율을 확대하고, 국세 중 상당 부분을 지방세로 이양해야 한다. 이 때 수도권으로는 과다하게 재원이 가지만 비수도권에게는 재원이 거의 오지 않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 간 균형을 맞추는 절충이 필요하다. 둘째, 국가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하되, 재원을 동시에 이양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자치단체에 과중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업은 국가사무로 되돌려야 한다. 서울에 살고 있는 70세 어르신과 신안군 만재도에 거주하는 70세 어르신이 서로 다른 복지혜택을 누리고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 취지에 부합하는 지방재정제도의 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다. 그 동안 쌓여 온 비효율성과 불합리함을 과감하게 타파하고 지방분권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지방재정 운영의 자주성을 제고하되 지방재정 운영의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방재정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이 때 지방재정제도만을 손봐서는 실질적 개혁을 이룰 수 없다. 국가재정과 지방재정을 동시에 개혁해야만 지방자치제에 부합하는 지방재정제도가 정착될 수 있다.
집권적 재정구조를 분권형 재정구조로 개혁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모두 보장하는 진정한 지방자치제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국가와 자치단체, 국회와 지방의회, 학계와 전문가, 국민이 모두 참여해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재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
2026.10.17 (토) 15: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