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아침 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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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아침 출근길

이진(광주시의회 운영전문위원)



아침 출근길이다. 집에서 나서기 전에 스마트폰을 열어본다. 광주시내버스앱은 ‘6분 뒤 도착’이란다. 정류장까지 거리를 감안하면 5분이면 충분하다. 버스정류장이다. 가끔 만나는 고등학생들이 보이지 않는다. 버스는 떠났다. 다음 버스가 도착하려면 12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차라리 두 번째 정류장으로 걷는다. 그리 가면 시청 가는 버스 2대가 더 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편도 1차로다. 밤새 세워두었던 차들이 양쪽을 차지하고 있다. 일단정지 하는 차가 없다. 감속하는 차도 없다. 건널 때 마다 위험하다.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언젠가 TV에서 정지선을 지키는 시민에게 ‘양심냉장고’를 선물한 적이 있었다. 그런 운전자를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보통 하루의 출발이 이렇다.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항상 잘못 된다’는 머피의 법칙(Murphy’law)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파트 단지 조경은 잘 돼 있다. 매화나무, 벚나무, 단풍나무, 소나무가 잘 자라고 있다. 마을 만들기 때문에 여러 가지 화분도 많다. 깨끗하고 상쾌하다. 관리하고 청소하는 분들의 노고를 느낄 수 있다. 아파트 경계를 지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첫 번째 버스정류장까지 200m다. 담배꽁초, 플라스틱 컵, 빨대, 우유팩, 막걸리병 등이 길거리에 잠복하고 있다. 얼마 전 일요일 저녁 일이다. 서울에서 친구부부가 내려왔다. 상무지구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좀 걸으려다 일행은 기겁했다. 아파트 주변에 잠복하고 있는 것들과 더불어 다양한 술병들, 옆구리 터진 쓰레기봉투, 엎어진 음식물 쓰레기통이 널부러져 있었다, 박스조각을 비롯한 엄청난 쓰레기들이 수북하게 쌓인 곳도 있었다. 담배꽁초는 검정색 아스팔트를 흰점박이도로로 만들었다. 창피하다. 결코 상무지구는 걷고 싶지 않은 거리는 아니다. 누구의 잘못이기 이전에 민주인권도시 광주의 쓸쓸한 이면 아닐까.
아파트 놀이터 옆은 장애인 주차장이다. 6칸 중 2칸이 비어 있다. 모든 승용차에 장애인주차표지가 없다. 주차 공간 아래쪽엔 장애인 표시가 확실하다. 뒤쪽 벽에서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 한다’는 표시도 있다. 매일 지켜보는 불쾌한 광경이다. 소소한 배려마저 허락되지 않는 광경에 무기력을 느낀다. 업무시간 전이다. 구청에 신고해봐야 전화 받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사실상 신고할 용기도 없다.
첫 번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려면 6차선 도로를 건너야 한다. 신호등이 바뀔 것을 기다리다 버스를 놓칠 때가 많다. 위험을 감수하고 뛴다. 무단횡단이다. 장애인주차장에 불법주차해 둔 사람처럼 불법자의 대열에 합류한다. 무단횡단할 때 정말 조심해야 하는 것이 따로 있다. 가로수 사이에 걸린 현수막이다. 버스만 보고 뛰다가 현수막 밧줄에 걸리면 골로 갈 수 있다.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 도착시스템이 있다. ‘곧’ 도착한다고 알려준다. 언제 버스가 오는지 알 수 있다.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알 수 없었던 깜깜이 시절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버스도착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SWOT분석’을 통해 아침 출근길을 되돌아본다. 버스를 타면 ‘장점’을 찾을 수 있다. 버스는 시원하고 친절하다. Wi-Fi도 터진다. ‘단점’은 주변사람들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것이다. 길거리에 널부러진 쓰레기와 장애인주차장의 불법점유는 고쳐져야 한다. 희망을 찾기 위해 일터로 나가는 시민이야말로 ‘기회’요소다. 아침 출근길 ‘위험’요소는 적시하지 않더라도 너무 많다. 작년 대구에 간 적이 있다. 대구거리는 깨끗했다. 불법주차, 불법현수막도 없다. 도심은 녹음으로 우거져 있다. 대구공무원은 “몇 년이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정착됐다”고 했다. 민주평화인권이란 거대 담론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다. 2015하계유니버시아드 때처럼 기초질서 지키기 등 허구에 찬 시민운동을 주창하지 말라. 시민의 소소한 일상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다. 보다 섬세한 행정이 필요한 시기다.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