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 여러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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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 여러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입니다

이용빈(전 광주이주민건강센터 이사장)



광주이주민건강센터 개소 1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2005년 6월 26일 오후에는 시원한 비가 내렸습니다. 월곡동 산정공원 게이트볼장에서 하려던 개소식 행사는 결국 은광교회에서 개최되었죠.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의 설립을 위해 애써주신 이철우 초대 이사장님과 최선필 소장님, 그리고 현재의 이홍주 이사장님을 비롯한 여러 이사님들과 내외빈들을 모시고 이주 노동자들이 나란히 서서 찍은 기념사진은 광주가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로 한 걸음 더 전진한 역사를 기록한 사진이 되었습니다.
이 사진속에 제가 왜 보이지 않을까 궁금한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개소식이 있던 그 시간에 저는 은광교회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있었을까요? 월곡동 뒷골목의 오래된 건물 2층의 작은 미술학원을 개조해서 꾸민 우리들의 첫 건강센터에는 벌써 줄을 서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건강센터 역사상 첫 번째 환자를 맞이하는 정말 특별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그 환자는 어깨가 아팠던 스리랑카의 젊은 노동자였습니다. 살다보면 누구든지 수 많은 첫 만남, 첫 경험들을 오래도록 기억하듯이 그의 착하고 슬펐던 눈빛은 결코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가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광산구에 개업했던 2001년만해도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단속과 단속을 피해 숨어 지내야 하는 처지를 악용하여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고, 감금에 가까운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건강은 돌볼 수 조차 없었던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던 때였습니다. 이들 이주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인도주의적 관심을 가진 ‘광주기독병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광주시가정의학과의사회’ ‘광주시 한의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등 여러 의료인과 의약단체들, 광주시민센터 등 시민단체, 여러 선교단체들이 지속가능한 의료를 펼칠 수 있는 의료기관 설립을 위하여 마음을 모으고 이를 실행에 옮겼던 것은 참으로 대단한 역사였습니다. 2005년의 센터 개소를 위해 함께 해주셨던 수 많은 분들의 이름을 한 분 한 분 호명하며 지난 12년동안 펼쳐졌던 우리 공동체의 기적에 대하여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어려운 시절 함께 해주셨던 그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광주이주민 건강센터가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그 분들의 미소를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지난 해,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의 명칭을 ‘광주이주민건강센터’로 바꾸었습니다. 외국인 이라는 명칭은 그들을 우리 공동체 바깥의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이라는 말과 달리 이주민은 우리와 함께 이 시대의 아픔을 서로 살피며, 행복을 나누고, 서로의 꿈을 성취할 수 있도록 우리 공동체의 일원이 된 사람, 우리와 같은 대한민국, 광주에 사는 시민을 의미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을 우리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 받아들임으로서 서로를 따뜻하게 살필 수 있으며 서로의 존재를 통하여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홍주 이사장님, 정성국 센터장님을 비롯하여 수 많은 분들의 헌신 속에서 광주이주민건강센터는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광주시 윤장현 시장님, 광산구 민형배 구청장님은 민관 협치의 노력을 보여주셨으며, 우산동건강생활지원센터 3층에 넓은 공간을 마련하였고, 의료장비 및 약품지원을 확대하였으며, 진료 및 대기 공간확장, 진료차트 및 약품 관리의 전산화,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평일 야간 진료 등의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은 우리 건강센터가 인권과 민생의 영역에서 시민자치의 새로운 전범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됩니다.
광주이주민건강센터는 소수자인 이주민들의 건강문제를 공동체가 함께 살핌으로써 시립병원이 없는 광주에서 소외계층의 건강을 살피는 중요한 공공의료기관의 하나로 자리매김하여 가리라는 비전을 갖습니다.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지는 분들의 벗이 되어 그들의 건강한 삶을 지켜온 봉사자 여러분! 가족들과의 편안한 휴식, 행복한 추억의 시간을 잠시 접어둔 채 다양한 피부색과 수 많은 언어들로 북적이는 비좁은 공간에서 아픈 이들의 건강과 희망을 지켜오신 여러분들의 헌신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광주이주민건강센터 진료 600회, 12주년 기념일인 6월26일을 맞이하여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 광주 시민들과 함께 외칩니다.
봉사자 여러분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입니다.
지방자치일보 jebo@jijace.com